나의 첫 장례식

  • 장르: 판타지, 일반 | 태그: #가족 #남매 #성장 #희귀병
  • 평점×30 | 분량: 54매
  • 소개: 특수한 질병을 가진 누나의 마지막 시간들을 따라가는 여행 이야기. 더보기

나의 첫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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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죽었다.

한밤중에 전화가 와서 달려갔던 누나의 자취방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얌전하게 테이블에 올려져 있었을 듯 보이는 물건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고, 주방 쪽에는 그릇이 깨진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다. 누나는 켜져 있는 TV 앞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누나의 친구는 문가에서 울고 있었고, 경찰은 누나의 시신 옆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강세인 씨 가족 되십니까?

부엌 쪽에 있던 경찰이 말을 걸어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경찰은 놀라셨겠지만, 하면서 시작해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대답을 하면서도 나는 누나의 시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알고 있던 사람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잔잔하게 웃으면서 놀러 오라고 하던 그 사람이 맞나? 핏기가 사라져 푸른 기가 도는 얼굴이 이상했다.

부모님은 늦게서야 도착하셨다. 누나의 자취방이 고향 집에서 먼 바다 가까운 도시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간 지점 즈음에 살던 내가 경찰과 이야기를 다 끝낸 뒤였다. 시신은 이미 관에 들어갔고, 방도 대강은 정리가 되었다.

엄마는 한참을 우셨다. 아빠는 왠지 멍해 보였다. 장례식장은 고향 집 근처로 정해졌다. 납골당도 그쪽에서 찾기로 했다. 누나의 지병에 대해 들은 경찰들은 신기해 하다가 금방 떠났다. 타살일 가능성이야 없어 보이긴 했다. 경찰로서는 할 일이 더는 없었을 것이다.

가족이 전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장례를 치르는 3일 동안의 기억이 흐릿할 정도로.

하나 선명하게 남아있는 기억은 관 속에 누워 있던 누나의 얼굴이었다. 닦아내고, 분을 칠하는 과정을 거친 누나의 얼굴은 하얗고 말끔했다. 그제야 조금 내가 알던 누나가 정말로 죽었다는 실감이 들었다.

하지만 왜?

멍한 와중에도 무언가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누나가 왜? 무엇 때문에?

장례 후에 누나의 방을 정리하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것도 그래서였다. 뭔가가 석연치 않아서,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 본 작품은 유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