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언제였더라.
<별들이 말하는 법>을 읽고 나서 내가 했던 첫 생각은 다소 상투적이지만 그랬다.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이상할 정도로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노래 가사로도 SNS에도 사랑에 관해서는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이상하게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 그 자체인 것 같다.
가족간의 애정과 사랑은 유난히 더 어렵다. 말로 어떤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도 어려운데 그 말 자체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그렇고 매일 혹은 자주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순간의 마음을 표현한다는 게 생각만해도 머리아프다. 우리의 삶은 연속적이고 우리는 계속 봐야 하는 사이고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소중한 마음들은 표현할 기회를 잃고 마음 한 구석 어딘가로 들어가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작품 속에 나오는 심상통화라는 개념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마음으로 연결되어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면, 오해없이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순진하고 사랑스럽다. 아이들끼리 비슷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걸 즐긴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풋풋해지는 기분이다. 어른들의 마음 속은 시커멓고 왜곡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밀을 지킬 수 없다는 점에서 심상과 심상의 직접적 연결은 어쩐지 껄끄럽다. 나도 벌써 나에게 소리지르고 막말하는 상사와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싶지 않다. 아마 <별들이 말하는 법>의 주인공도 비슷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순진하고 속을 터놓아도 행복한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이 어울리는 세계가 있다면 어떨까. 주인공이 발디디고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통방식, 사고방식, 삶의 태도. 그렇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세상으로 갈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주인공의 세상에는 소리지르는 상사, 부조리한 산업, 괴로운 노동환경,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에 간신히 견딜 수 있는 일들이 가득차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가 원하는 세상으로 보내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