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님이 절 너무 설레게 하시는군요. 감상

대상작품: 마님 설레어 (작가: 4CLAMPS,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2시간 전, 조회 15

제목부터 제목으로 장난질 치려는 분위기라 작가님께도 리뷰를 읽으실 독자 여러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솔직한 제 마음이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짜릿해서 오금이 저리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본격 뱀파이어 슬레이어 물의 프롤로그 정도로 쓰이면 독자 좀 모을 것 같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먼저 보이는 것은 문장의 유려함입니다. ‘환곡 이야기가 나오면 대화는 으레 기침으로 끊겼다.’ 라던가 ‘얼굴이 먼저 말을 하면 손이 나설 자리가 줄어드니까’ 같은 문장들은 너무 맛있어서 처음에 아까워서 핥아 먹다가 나중에 급하게 삼키게 되는 아이스크림 같았습니다.

멋진 문장들이 작품 초반의 흡입력을 끌고 왔다면 중반부부터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작품 자체가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것에 대한 공포는 어떤 논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보니 분명한 것이 별로 없는 인물들의 설정이 작가님의 탁월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침술을 하는 여인에겐 어떤 과거나 능력이 있는지 마님은 어떤 존재이며 백 씨 집안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것이 아쉬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웠거든요.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 온 뱀파이어 장르는 에로티시즘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처음 장르가 생겨났을 때부터 강력한 존재에게 피를 빨리고 그에게 지배 당한다는 행위 자체는 과거 지배자가 주로 남성이었던 시절부터 성별의 구분이 거의 사라진 현재까지 뱀파이어 장르를 사랑 받게 만드는 은밀한 비결이 아닐까 싶은데요. 저 또한 지금까지 뱀파이어 장르의 영화, 소설은 모두 찾아 볼 정도로 좋아하는데, 가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큐라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그 짜릿함이 다시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다른 어떤 공포 장르 보다도 성적인 은유로 가득 차 있는 것이 바로 뱀파이어고 그래서 첫 등장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이 작품에는 선정적인 장면이나 성적인 상징을 대놓고 보이는 인물은 없습니다만, 작가님의 글 솜씨로 독자들이 스스로 앙큼한 상상을 하도록 만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아주 오랜만에 예전 그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브람 스토커 보다는 앤 라이스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레스타가 루이의 침대 곁에 찾아와 얼굴을 쓰다듬었을 때, 루이가 자신과 인터뷰를 하던 작가 다니엘의 목을 물고서 자신이 죽는 거냐는 다니엘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하던 장면의 짜릿함을 느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짜릿합니다. 이런 저릿한 느낌을 거의 잊은 줄 알았는데, 제 안의 깊은 곳에서 스위치가 하나 켜진 것 같은 기분이네요. ‘착취’ 라는 개념을 그 시대 당시의 상황에 빗대어 활용하시되, 적절하게 필요한 만큼만 가져다 쓰시는 능수 능란함도 너무 좋았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소재에서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부분만 핀셋으로 콕콕 집어서 모아 놓으신 것 같아요.

갑자기 과거 절 설레게 했던 여러 뱀파이어 영화들을 찾아보고 싶은 욕구가 솟구칩니다. 그러면 분명히 저는 또 그 묘한 저릿함에 오랫동안 잠을 못 이루겠지만 작가 님이 찾아주신 이 감정을 조금 더 즐기고 싶네요. 뱀파이어를 사랑하시는 브릿 G의 독자님이라면 올해 최고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작품입니다.(아직 열흘이 남았긴 합니다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