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의뢰이므로 기존의 리뷰와 형식을 달리합니다.
*스포일러를 기본으로 합니다.
조금 귀찮은 의뢰가 모순을 품음으로써 그럴싸한 미스터리로 거듭난 순간, 그리고 모순들이 고양이를 기점으로 하나둘 풀리기 시작한 순간이 백미를 차지하며, 결말의 여운을 가지는 미스터리입니다.
제가 좋게 본 점을 정리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1. 빠짐없는 구성
미스터리는 서사의 힘이 특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내용인가’와 더불어 ‘어떻게 보여주는가’가 서사의 힘을 이루는 두 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본 작품은 두 가지 측면 모두 적절히 채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여주는가’는 또 다시 플롯(전개)과 연출(장면 구성)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플롯 면에선 앞서 언급했듯 ‘범상한 의뢰가 모순을 통해 기묘한 미스터리로 거듭나는’ 과정 속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하게 됩니다. 연출 쪽에선 마지막 박현회의 집에 들어선 순간, 최종장으로서 모든 내막이 밝혀지는 장소 선정과 묘사가 좋았습니다.
내용적인 측면 역시 최종장에 이르러서 기존의 정보와 작가의 발상으로 조합된 하나의 진상을 도출하며, 이 과정에서 누락된 요소, 혹은 이치에 맞지 않는 요소가 나오진 않았습니다.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미스터리 특유의 쾌감도 있습니다.
2. 사회파로서의 정체성
태그에도 사회파가 떡하니 있기도 하고, 주인공의 신분과 신조나, 결말부나 지극히 사회파스럽습니다. 그렇다고 추리가 허무맹랑하거나 비약적이지 않은 건 앞서서 확인했습니다.
장르적 정체성을 잘 살렸다고는 생각합니다. 미묘한 지점이 있긴 하지만, 그게 사회파로서의 정체성을 흔드는 지점은 아니므로 장점이 퇴색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3. 적절한 인물과 그를 표현하는 대사
사실 위의 두 부분에 비해 장점의 비중을 따진다면 대략 5:3:2쯤 되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대사부터 김옥영, 박현회, 그리고 기타 조연들의 대사까지. 맛깔나다고는 못 하지만, 적어도 읽기에 거슬리거나 위화감이 들거나, 너무 평이하다거나, 인물들이 구분이 안 된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요소는 적지만, -요소가 없기에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장점으로서 비중이 적은 건 최종장의 긴 대사 때문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쉬운 지점들과 함께 언급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만큼이나 아쉬운 지점들 역시 눈에 자주 밟혔습니다. 이하는 그 내용들입니다.
1. 시스템적 연출의 미활용
시작부터 “***탐문이 끝나고”로 시작하는데, 브릿G에서 제공하는 글쓰기 보조 도구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을 다소 없어보이게 배치했다 생각이 듭니다. 하다못해 가운데 정렬이라도 하거나, *** 대신 숫자를 쓰거나, 볼드체나 이탤릭체를 넣거나 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시공간의 전환 및 각 장의 부제가 이런 식으로 나올 때마다 몰입이 다소 깨지는 게 참 아쉬웠습니다.
2. 지나치게 시대의존적인 개연성
박현회에 대한 대부분의 설명이 ‘그 시대는 그랬으니까’로 채워집니다. 단서가 별로 없었을 때 그 당시 시대상을 근거로 추론의 근거를 쌓아가는 건 합당하다고 여겨졌으나, 그 이후로 꾸준하게 ‘시대상’ 그 자체가 증거로 작용하니 박현회라는 인물이 다소 평면적으로 비춰졌습니다.
그냥 ‘그 땐 그랬다’로 끝내기보다는 박현회가 직접 그 시절 썰을 들려줬더라면 박현회가 겪은 시대상이 마냥 만능 변명처럼 느껴지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3. 최종장의 대사 배분의 아쉬움
주인공의 대사가 그렇게 맛이 있는 편은 아닙니다. 평이한 편이랄까요. 적당히 단문으로 티키타카를 주고받거나 다방에서 그럴싸한 변명과 거짓말로 넘기는 장면은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최종장에서 널찍한 모니터를 단 컴퓨터로도 한 화면을 꽉 채우는 대사를 볼 땐 조금 어지러웠습니다.
박현회의 대사로 대사를 적절하게 끊어주든지, 아니면 주인공이 말할 일정 부분은 박현회가 실토하게 하든지, 혹은 주인공은 결과만 쏟아내고 그 과정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서술 처리를 하든지 등의 가독성을 위한 센스 발휘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사회파임에도 박현회의 실토보다 주인공의 대사가 더 많고 긴 건 복합적인 아쉬움이기도 하고요.
물론 최종장은 탐정의 추론을 듣는 시간이므로 어느 정도 참작할 수 있는 지점입니다만, 불필요하게 대사가 길다는 생각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4. 반전(혹은 국면 전환)의 개수, 간격의 아쉬움
저는 개인적으로 단편에서 허용하는 반전의 개수는 200매 이하를 기준으로 2개가 최대라고 생각합니다. 이 2개도 마지막에 몰아서 나오기보단 중간에 한 번, 마지막에 한 번, 이런 식으로 텀을 두는 편이 독자의 흥미와 기대를 증폭시키면서도 배신하지 않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 작품의 반전의 배치와 등장 간격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모든 반전이 일단 진상 해소에 쓰인 건 본 작품이 미스터리이기 때문이라고 쳐도, ‘전부 유산한 게 아니라 자식이 있었다’ ‘그 자식이 아직도 살아있었다’ ‘그 자식은 묘성증후군울 앓고 있었다’가 한 장면(더 구체적으로는 한 대사)에 쏟아지는 건 독자 입장에서 썩 유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쓰레기장 장면을 통해 복선과 암시가 어느 정도 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반전을 쏟아내듯 드러낸 건 앞서서 장점으로 언급한 연출 측면에선 마이너스였습니다. 숨겨둔 자식 자체는 1차 반전으로 최종장 이전에 먼저 드러내고 ‘그렇다면 그때 들린 고양이 울음소리는 무엇이었는가?’에 대한 답으로 묘성증후군을 제시했다면 어땠을까 싶네요.(묘성증후군에 대한 각주 첨부는 현실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자칫 부족할 수 있는 개연성을 보충하는 지점이라 저는 괜찮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5. 의뢰로 시작했는데 사건으로 끝나는 아쉬움(맥거핀)
사실상 이 사건의 시작을 알린 김옥영은 마지막에 메데타시 메데타시 엔딩으로 짤막하게 언급되고 끝납니다. 이 소설의 시작이 의뢰였음을 생각하면 사실상 김옥영은 맥거핀이라 볼 수 있습니다. 후반부 비중을 생각하면 더더욱이요.
그리고 그건 미스터리로서 아쉬운 지점이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의뢰로 시작한 만큼 이야기로서 깔끔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의뢰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작품을 닫았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나아가 편집증 치료를 권유 받은 김옥영과의 관계 회복에 관한 것까지.’라는 한 문장으로 퉁치기엔 도입부에 잡아먹은 분량이 있는지라.
덤으로 주인공의 마지막 신념도 작중에 중간중간 언급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 작품이 시리즈라 그런 것일 수 있겠지만, 이 작품만 읽는 입장에선 다소 평이한 주인공이 마지막에 신념과 과거 이력을 밝히는 것이 조금 뜬금없는 개성 부여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네 잘 읽었습니다. 처음으로 들어온 의뢰인 만큼 긴장하면서 읽었네요ㅎㅎ 하지만 진짜 긴장해야 했던 건 재미있게 읽은 만큼 이걸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본래 계획은 12월 초에 리뷰하는 거였는데, 조금 많이 늦어졌네요. 그래도 1달 내에 리뷰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앞으로 건필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