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라는 단어가 사라지면 우리는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감상

대상작품: 레몬과 모어 (작가: 양윤영,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11시간 전, 조회 8

이 작품은 언어를 소재로 한 독특한 느낌의 SF 단편인데, 색다른 이야기를 원하는 독자 분들이 계시다면 이 작품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일단 이 작품은 ‘레몬어’ 라고 하는 소재 자체가 굉장히 독특하기도 하고 매력적입니다. 레몬어를 사용하게 되면 이전까지 사용하던 언어를 모두 잊게 되지만 그게 어떤 다른 사람이 된다는 의미는 또 아닙니다. 한 가지 예로 레몬 족은 공동 육아를 하기 때문에 엄마라는 개념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양육자나 어른 정도의 개념으로 엄마의 의미가 흡수되는 것 같네요. 주인공에게는 그 부분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이런 것들을 알기 전에 레몬어를 선택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은 어머니와 이모라 불리는 어머니의 친구에게 주로 언어를 이용한 학대를 당했습니다. 두 사람은 부모 학대에서 흔히 보이는 학대자와 방관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제가 감히 이해를 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피해자들에게 언어 폭력은 실제로 이루어지는 폭행과 같은 학대 만큼이나 큰 상처를 준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평생을 들으면서 살아왔던 ‘너 때문에’ ‘너만 아니었어도’ 같은 말 자체를 잊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놓으려 했던 혈연의 끈을 결국 놓지 못해 고민하는 걸 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어서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네요.

우리를 괴롭히던 무언가의 개념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거나 그 의미가 변화된다면 우리는 그것이 주었던 아픔이나 기쁨의 감정을 잊을 수 있을까요?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공허감 또한 상처의 일종이 아닐까요? 작가 님은 열린 결말로 마무리를 짓기 보다는 주인공이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셨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이야기할 거리가 아주 많고 재미도 있는 작품인데 설명을 길게 이어가는 것 보다는 독자 여러분들이 자신 만의 리뷰를 만들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초반에는 조금 까다로운 작품으로 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는 있어도 어렵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리뷰가 달렸으면 싶은 작품이네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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