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을 모두 빼앗긴 주인공이자 화자가 마이크가 있는 공간에 들어오고, 잠시 불신 어린 불평을 늘어놓고 자기 신상을 소개합니다. 방탈출 기획제작팀에서 3년을 일한 주인공은 방탈출에 무척 익숙해 보이고, 그동안 한 번도 이런 일이 일어난 적 없었던 것 같아서 여기서부터 저는 슬금슬금 겁을 먹었습니다. 호러 태그는 둘째 치고 작가 프로필 사진이 무서웠거든요….
그리고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호러 테마가 등장합니다. 직접 가 본 방탈출 카페의 호러 테마는 친구들이 많기도 했고, 무엇보다 머릿수가 무색하도록 힌트를 다 쓰고도 단서는커녕 뭘 어째야 하는지도 몰라서 무서울 새가 없었습니다. 붉고 어두운 방에 맞춘 것처럼 붉은 조명의 디지털시계의 숫자가 줄어드는 걸 초조하게 지켜보다가, 이후에 직원이 와서 해결법을 보여 줬지만 봐도 그게 왜 그렇게 되는지는 이해 못 한 채로 다시 형광등 아래에 섰던 기억뿐이죠. 그런데 이렇게 글로, 그것도 실제로 겪은 사람과 인터뷰하는 듯한 문체면 왜 이렇게 무서운 걸까요? 영상이나 그림보다도 자극이 덜한데 말입니다. 새삼 분위기의 힘에 감탄하는 게, 이런 쫄보가 용케 공포 테마를 했다 싶어요.
여하튼 공사 중에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크게 다친 건 아니라 다들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계속 작업을 진행합니다. 착각했겠거니,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넘기면서요. 와, 정말 그린 듯한 사고/사망 플래그 아닙니까?
인형이 하나씩 떨어지는 거야 일단 폭신하고 아프지도 않고 귀엽게 생겼을 테니 좀 성가시다 싶은 정도로 넘어갔고, 잠겼을 때는 문이 있어서 그나마 나았는데, 어떤 장애물도 없이 일직선으로 귀신이 다가오는 장면에서는 제가 다 눈을 질끈 감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화면에 이 내용이 그대로 있을 테니 그건 또 무서워서 열심히 다음 부분을 봤지만요. 깜짝 놀라게 하는 류일 줄 알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설마 옆에서 속삭일 줄이야…. 제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면 얼른 껐을 겁니다.
기절하고도 마저 일해야 한다니 다시 기절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두 번째는 목격자가 있어서 무서운 와중에 외롭지는 않더라고요. 그 뒤로도 많은 일이 있었는데도 청소 중에 발견한 손톱을 챙겨온 걸 보면 합심해서 이 귀신을 퇴치하고 직장을 지키려는 공동체 정신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끝나니 ‘귀신은 성불하고 노동자는 행복했답니다~’ 하고 안심할 수 없어 슬프고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고 이건 뭐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데! 하고 머리를 싸맨 건 즐거웠네요.
이 뒤는 영영 알 수 없으니 멋대로 회사원처럼 생긴 강력한 영능력자가 멋지게 해치웠다고 믿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지, 의심이 제 곁에서 속삭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