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염의 두 얼굴, 독자의 두 갈래 길 감상

대상작품: मार पापीयस् (마라 파피야스) (작가: 김은애, 작품정보)
리뷰어: 영원한밤, 10시간 전, 조회 10

※ 본 리뷰의 스포일러 부분은 소설의 최종 부분도 다루고 있습니다. 작품을 먼저 보시고 읽는 것을 권합니다.

※ 본 리뷰에서 다룬 본작에 대한 해석은 리뷰어의 주관적 해석이고, 작가님의 공식 해석은 아닙니다

 제가 느낀, 중단편소설에도 크게 비중을 실어 주는 브릿G의 시스템 덕분에 좋은 점 중 하나는, 작가님들이 단편 작품 활동도 많이 하시고, 그런 작가님들의 단편 작품들을 읽으면서 작가님들 고유의 개성과 작풍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작가님의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본작의 작가님이 집필한 작품들은 다 읽고 나면 느낌표가 뜨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본작만큼은 물음표를 던져주었습니다. 그 물음표가 작가님이 본작에 대해 리뷰 공모를 하게 된 계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여러 번 뜯어보고 물음표가 제 나름대로 느낌표가 된 지금, 때 지난 리뷰를 써 봅니다.


1. 유명한 일화의 세련된 뒤집기

스님 둘이 함께 길을 가는데 시냇물을 건너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던 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한 스님은 대번에 그 여인에게 강을 건네주겠다면서 여인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넜습니다. 여인이 떠나간 뒤에 한참 뒤 그 스님에게 다른 스님이 “출가자가 어찌 젊은 여자를 등에 업을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그 스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그 여자를 냇가에 내려놓고 왔는데 너는 아직도 여자를 등에 업고 있느냐?”

본작을 계속 읽다보면, 경허 스님의 일화라고도 하고, 일본의 승려 하라 타잔의 일화라고도 알려진 일화가 계속 해서 맴돌았습니다. 집착과 해탈에 대한 비유로 유명한 위 일화와 대비해보면, 본작에서 이름이 없어 아가라 불리우는 여인은 무염을 끊임없는 시험에 들게하는 존재입니다. 무염은 여인을 의식하게 되면서 조롱에 가까운 목소리를 듣기도 하고 나중에는 아예 여인을 마라 파피야스의 딸 라가라 칭하며 욕망의 시험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씁니다. 무염은 과연 집착과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요.

 

2. 결말이라는 또 하나의 시험

본작은 마라의 시험에 저항하는 무염의 마지막 모습으로 끝났어도, 작가님 특유의 강렬함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인데, 작가님은 작품 말미에 강력한 반전으로 추가 설정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반전을 이루는 사실은 대단히 직설적이면서도 동시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서두에도 썼듯 제가 읽은 작가님의 다른 호러 작품들은 닫힌 결말의 구조를 주로 취하고 강렬한 결말을 선사했는데, 본작의 마지막 서술은 닫힌 결말을 보여주면서도 왜? 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역설적으로 작품을 다 읽고 나서 본 리뷰를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이유가 바로 결말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서사를 무위로 돌릴 수도 있는 선택지 였는데, 결말에 대한 작가님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요.

 


본 작품에서 드러내고자 한 작가님의 의도가 무엇이었을까- 하고 분석적으로 접근한 리뷰이지만, 작가님이 이 작품에 대해 리뷰 공모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도 고민해보니 그저 독자로서의 다양한 감상을 보고 싶으셨나 싶기도 하여, 본 리뷰의 성격 분류는 ‘감상’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의 서사나 구조 분석은 집어치우고, 제 연재작들에 대한 실험 정신을 본 리뷰에도 담아봅니다.

작품을 곱씹다가 둘 다 버리지 못하여 나뉘어진 제 감상을 두 가지 버전의 기록으로 남기며 리뷰를 마칩니다.

재밌었어요!

 




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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