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사랑한 남자」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는 사랑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 담겨 있다. 남자가 혈혈단신 고아라는 설정은 주인공이 한 번도 ‘사랑받음’을 경험하지 못한 인물임을 보여주며, 독자가 그가 연인과 번번이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결국 그는 무생물인 돌로 사랑의 대상을 옮긴다. 이는 더 이상 인간과의 관계조차 이어갈 수 없게 된 남자의 절망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절망 속에서도 ‘사랑을 갈구한다’라는 점에서 작은 희망을 품게 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상식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며, 호주 출장에서 돌을 잃고 사회적 기반까지 무너져 내리는 사건은 그가 ‘정상’의 세계에서 이미 멀어졌음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정신병원 의사는 단순히 그의 병을 진단하는 존재가 아니라, 작품 전체의 주제를 드러내는 해설자이자 질문자다. 의사는 “사랑은 상대를 알고자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라는 점을 일깨우며, 주인공의 이기적이고 소유적인 사랑 관을 정면으로 묻는다. 사랑이란 소유나 집착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기다려주는 것이며, 모든 사랑에는 공통으로 존재를 존중한다는 본질이 담겨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차 버린 옛 연인 ‘순이’를 다시 만나 진실한 사랑을 보게 된다. 이는 단순한 극적 재회가 아니라, 의사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깨달음이 실천으로 이어진 순간이다. 그가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장면은, 작품의 흐름과 주제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한다.
「돌을 사랑한 남자」를 읽으며 나는 자연스레 나의 이십 대 사랑을 떠올렸다. 그때의 사랑은 너무 치열해서, 심지어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까지 사서 읽을 만큼 절박했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처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울 듯,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청춘의 많은 날을 울음으로 보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날은 (먼 먼 젊음의 뒤안길에 놓여 있다. 이제는 거울 앞에 선 누이처럼 )조금은 원숙해진 마음으로 사랑을 바라볼 수 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이해와 존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 진짜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아련한 젊은 날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한동안 잊고 있던 시간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