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두 인형가의 도가 맞닿은 자리에는… 감상

대상작품: 인형가 – 1부 (작가: 지언, 작품정보)
리뷰어: 하예일, 48분 전, 조회 0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그저 감탄만 하게 되는, 질투나 시기 한 톨 품을 틈을 주지 않는 그런 예술혼을 지닌 사람을 가깝게 만나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평범한 삶이 소중하다는 건 잘 알지만, 특별한 광휘를 지닌 존재에게 저도 모르게 눈 돌리고, 취한 듯 그들의 탁월한 인생에 빠져들고 만다.

‘인형가’에서 만난 두 예술인 렌과 사쿠라의 이야기도 그러했다.

 

두 남녀 모두 인형가로서의 타고난 자질이 있었다.

그러나 서로 경쟁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렌은 작고 어여쁜 것이 인형의 본분이라 보았으며, 사쿠라는 인간을 쏙 빼닮은 인형만이 진정한 예술이 될 자격이 있다고 보았다.

 

스승의 지도 아래 렌은 스승이 걸어온 길 그대로 여자아이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한 히나마쓰리에 쓰는 인형을 만드는 인형가가, 사쿠라는 홀로 죽은 이를 위한 인형을 만드는 인형가가 되었다.

각자의 방식대로 예술의 길을 걷는 두 사람.

헌데 사쿠라는 실력이 높아지면 질수록 제가 만든 인형이 멋대로 움직이는 괴이한 일을 겪게 되고, 결국 몸은 만들되 눈알을 넣지 않는 방식으로 작품 완성을 포기하게 된다.

아, 얼마나 실제처럼 잘 만들면 인형이 살아 움직이게 된담.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려온다.

아무튼 이후 두 사람은 스승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의견이 부딪히게 되는데. 스승을 본 딴 인형을 만들면 그가 죽음에서 되돌아오지 않겠냐는 사쿠라의 주장에 평소 그녀에 대한 것이면 무엇이든 우선시 하던 렌이었음에도 이 제안만큼은 극렬히 반대한다.

 

하늘 아래 영원한 건 없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고, 단단한 바위도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 아니야?

 

인간을 그대로 본 뜸으로써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구할 수 있다 여긴 사쿠라와 아무리 깨끗하고 아름다워도 결국 육신은 썩고 더러워지는 것이니 결국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한다 여긴 렌. 인형으로 대변되는 미를 대하는 태도는 두 예술가의 굴곡진 삶과 얽히고 섥히며 슬프고도 아름답게, 한편으론 으스스하게 전개된다.

 

벚꽃 색이 바래 버렸구나… 덧없게도… 봄비 내리는 사이에…

 

영원하다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영원’은 어떤 모습이라야 진정 아름다운 걸까.

꽃은 시들고 잎은 메말라 떨어지고, 계절은 가고 세상도 사람도 변하고, 종국엔 모든 게 바뀌고 닳아 없어진다. 한때 수많은 이들은 영원불멸을 꿈꿨고, 가까운 미래엔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는 렌과 사쿠라가 추구하던 궁극의 아름다움을 갖게 될까.

많은 질문을 품지만, 답 역시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만큼 무수히 많은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 죽음과 끝, 마침이라는 게 있다는 것이 도리어 다행이라 느껴진다. 물론 그 까닭 역시 명확히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목록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