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작품을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이 작품은 술집 ‘미도’에 찾아온 손님 아닌 손님 혜정과 사장님 민식, 두 사람(혹은 1인 2역으로 세 사람)이 등장하는 희곡입니다. 혜정과 민식, 미도라는 이름이 영화 <올드보이>를 묘하게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질긴 인연과 복수’라는 모티프나 분위기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Q.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짧은 희곡으로 이루어져 두 사람의 관계와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다보니, 이 작품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위스키>였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스키라는 소재가 혜정과 민식의 연결고리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둘의 연결고리는 위스키보다는 미도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주된 배경이 되는 술집 미도로서도, 한 여인인 미도로서도 ‘미도’라는 연결성과 임팩트가 강하게 느껴져서 읽는 내내 저도 모르게 제목을 <미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왜 혜정은 화려한 외투 안에 환자복을 입고 있었을까’하는 것. 이 작품이 희곡이라고 생각해서, 미도와 혜정을 같은 배우가 연기해서일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사실 미도도 혜정도 이 작품에서 환자복을 입어야 하는 상황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아서 뭔가 혜정에게 숨겨진 질병이 있는 것인지 조금 의아하게 느껴졌습니다.
세 번째는 민식에 대한 혜정의 감정입니다. 근친상간적인 요소가 들어가있는 것 같아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읽어내려갔는데, 이미 자신의 아버지라 생각하고 찾아온 사람과 관계를 가졌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의아했고, 자신의 어머니처럼 보이게 하는 장면도 그렇고 그 모든 것이 부친에 대한 복수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혜정의 태도가 명료하게 느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민식 또한 혜정을 지켜주는 것 같다가도 유혹을 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감정선들이 저에게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리퀄 같은 추가적인 작품이-그것이 희곡의 형태이든 소설의 형태이든- 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도와 민식의 관계, 미도를 떠난 이후의 민식의 삶 그리고 미도와 혜정의 삶, 민식은 왜 미도를 잊지 못했는지,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혜정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등 작품을 읽고나서 작품에게 작가님에게 궁금한 것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 말은 그만큼 작품을 집중해서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Q. 작품의 미래 독자에게
A.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요소들도 담고있는 작품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보며 과거를 여러 방향으로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질긴 것인지, 그리고 잠깐의 인연이 어떻게 평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이 작품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