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런 이야기도 괜찮아 비평

대상작품: 공주님과 문지기 (작가: 납자루,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7년 8월, 조회 36

어릴 적 정말 다독했던 책들이 있었다.

단순하고 뻔한 내용의 동화들을 그렇게 좋아했던지라 읽고 또 읽곤 했는데, 머리가 크고 여러 일을 겪으며 동화속 세상은 동화속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어린 시절의 향수에 젖어 그때 좋아했던 이야기들을 떠올릴 때가 가끔 있다.

 

공주님과 문지기는, 제목을 읽는 순간부터 ‘혹시?’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단편이었다. 읽으면서는 ‘역시’, 다 읽어갈 즈음에는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상투적인 이야기를 막줄까지 읽어내려갔던 이유가 있다며 역시 때로는, 가끔은 이런 동화같은 이야기로 꿍 하고 뭉쳐있는 머릿속을 말랑하게 풀어주고 싶기 때문일테다.

공주가 신랑감을 택하는 장면에 접어들자 인위적인 어구가 되풀이되고 작위적인 말투가 반복왼다. 마치 연극을 지켜보는 것 같기도 했고 입안이 껄끄럽기도 했다. 문지기와 공주의 대화가 시작되면 그러한 느낌은 더 강해진다. 주고받는 대화는 마치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끝나지 않는 테니스 경기처럼 느껴지고, 절도와 애정이 동시에 담긴 문지기의 고백은 감동적이라기보다는 누가 써다준 문구를 좔좔좔 외워서 내뱉는 것처럼 어색함이 가득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시각에서의 접근도 가능할 듯 하다. 문지기는 공주님 앞에서 떨지 않으며 자신의 마음을 또렷하고 솔직하게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을까, 라고.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여러 조건을 각각 갖춘 예비남편들을 상징적으로 내세운 점은 사실 굉장히 상투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세련미가 약간 아쉽게 느껴지는 이야기였지만, 마지막에 다다른 이야기는 자신만의 숨겨둔 카드를 꺼내어 슬쩍 내민다. 문지기가 단지 공주님의 태생에서 느껴지는 위엄이나 고귀한 신분에 눈이 멀었던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사소할지 몰라도 그에게는 의미있었던. 그간의 숱한 마주침을 통해 피어오른 사랑을 고백하러 왔다는 점. 그리고 공주님은 그가 사랑에 빠져도 될만큼 배려심과 사려깊음이 넘치는 사람이었다는 점.

그래서였을까. 그래, 가끔은 이런 이야기도 괜찮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