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자유여행으로 중국을 가보려고 하더군요, 어익후, 아서라!
그러고는 위험해서 아직은 안된다라고 넘겨버리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일본정도는?
이라고 해서 그나마 일본은 나름 여행자 정보나 내용이 괜찮으니 좀 고민해보자라는
정도의 합의만 해둔 체 향후 돈이 조금 모이면 큰 아이들 데리고 다녀오겠다라고 선빵
을 달린 상태인데 아무래도 걱정이 안될 수가 없네요, 세상이 다 행복하고 내마음같이
좋은 일, 좋은 경험만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테이큰’같은 지랄맞은 경우가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전 전직 요원이지도 않을 뿐더러 뜀박질 1분만해도
숨을 쌕쌕거리는 뚱땡이 중년 아저씨일 뿐이니까 나쁜놈들에게 전화해서 내가 널 찾아
내서 죽일 것이라고는 말 못하는거죠, 전 나쁜놈들을 악몽으로 만들 수 있는 특수한
기술도 경력도 없으니까 말입니다.. 사실 솔직히 작은 인원으로 국내여행을 해도 웬만한
해외여행보다 비싸게 먹히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자유여행으로 가까운 지역으로 저가항공
을 택해서 갔다오는게 아이들에게도 멋진 경험과 즐거움이 될 것 같긴한데, 제가 너무 걱
정이 많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이렇게 떡하니 외국에서 누군가가 납치되어 사라진 상황에 대한 스릴러 단편을 보게되니
다시한번 자유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걱정되기 시작하는군요, 솔직히 아직
뉴스나 주변에서 이렇게 여행을 간 사람들이 실종되었다거나 돌아오지 못한 상황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해요, 친한 친구가 중국의 천진에 오랫동안 현
지 공장에서 주재하고 있긴 하지만 대단히 살기 좋다는 말만 주구장창 들은 지라 뭔가 자극
적인 소재적 설정으로만 생각하고 읽긴 했습니다만 읽다보니 솔직히 어익후, 아서라! 만에
하나라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될 지 막막한 마음이 이 소설의 이야기에
백배 공감이 가더군요, 물론 이 소설의 자극적 방법론은 대단한 극단적 폭력의 행위로 이어
지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지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현실의 세상이니까, 비현실적인 실종사건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와닿아서 무섭더라구요, 어떤 내용이냐구요?
중국의 상하이의 한 여행사 사무실에서 마작을 하는 사람들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곳으로 한 남자가 들어오죠, 유하라 불리우는 이 남자는 들어오는 도중에 멍하니 하늘을 바
라보고 있는 또다른 남자를 봅니다.. 그리고 여행사로 들어가 사장과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
던 중 밖에서 하늘을 보던 남자가 사무실로 들어옵니다.. 김규진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는 누군
가를 찾기위해 가이드를 할 사람을 구해주길 요구하죠, 하지만 사장은 거절을 합니다.. 이유인
즉슨 규진과 그의 아내는 상하이로 여행을 오자마자 택시기사로 위장한 인신매매범에게 아내인
혜진이 납치되어 실종상태인 것입니다.. 그런 그녀를 찾기위해 규진은 백방으로 노력을 하지만
삼합회같은 범죄집단이 연루된 인신매매에 잘못 발을 들였다가는 죽기 십상이니 여행사 사장도
거부를 한 것이죠, 유하는 그렇게 사무실을 나가는 규진을 보기만 합니다.. 그리고 유하는 사장
에게 요즘 핫한 뉴스인 삼합회 놈들을 죽이고 돌아다닌다는 살인마에 대한 괴담을 사장에게 해
달라고 합니다.. 갈수록 잔인해지는 살인마의 살인행각을 듣고 유하는 소름이 돋고 퇴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무실앞에서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는 규진을 본 유하는 그의 부탁을 다시 거절
합니다.. 잘못 도왔다가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규진의 안타까움과 그가 기
억하는 인신매매범의 인상착의를 듣고 유하는 규진에 도움을 주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업무시간
외에 규진과 함께 실종된 아내를 찾고 돌아다니던 중,
전형적인 해외 납치 스릴러의 설정과 스토리로 이어집니다.. 의지할 곳 하나 없는 공간에서 홀로
남은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면서 자신의 가족을 찾아나가는 내용은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고
또 이런 이야기의 유형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반향이 크게 와닿지는 않습니
다만 그래도 역시 재미는 있네요, 대체적으로 이런 설정의 방식은 스릴러 영화에서 많이 적용시켜
대중들에게 일종의 복수무정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곤 합니다.. 이 작품도 다르진 않습니다..
초반의 상황적 설명이 끝나고나면 바로 중반부터 속도감 넘치는 상황적 묘사가 이어집니다.. 상당
히 짧은 단편이기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벌어진 상황과 결말로 곧바로 이어자는 방법론을 택하죠,
개인적으로는 초반부터 조금 더 상황적 설명과 긴장감을 이어주는 단서찾기의 모습이 연결되면 좋
았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짧고 굵고 필요한 상황 위주로 작가가 생각한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
내는 방식이 나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길게 그리고 재미지게 이어서 극적 재미를 더
살려 주셨더라면 좋았겠다는것이지요, 재미는 있는데 너무 상황이 바로바로 이어지니 아쉽더라구요,
근데 전형적이고 별다른 설정이 없는데도 재미가 있어서 내용을 좀 더 길게 해주면 좋겠다는 건
작가가 만들어내는 상황적 묘사의 끈적거림과 심리적 공감의 진동파가 상당한 매력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는 짧지만 이 작품속에서도 스릴러적 감성이 절절히 묻어나는 문장을 아주
맛깔스럽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심리적 농밀감이 아주 끈적거리는 장르적 취향을 잘
표현해내는 느낌인거죠, 특히나 하드보일드하고 무정한 상황적 복수의 느와르식의 방법론은 개인
적으로는 액션스릴러를 좋아하니 자주 접하긴 하지만 작품속의 주인공의 대화나 심리적 모습만으
로도 이 작품이 주는 감성은 상당히 좋습니다.. 자극적이고 파괴적인 느낌이지만 그래서 이미지적
으로 거부감이 들고 고개를 돌릴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상황을 공감하게끔 만드는 그런 느낌,
작가님의 전작들 몇편을 읽어보았습니다.. 이전에도 독후감에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배명은 작가님은 스릴러의 감성적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제 취향에도
잘 맞구요, 많은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보아야함에도 자꾸만 보던 작가님의 작품 위주로 보게 되는
경향이 생겨버릴 정도로 짧지만 이 작품 역시 충분한 스릴러적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조금은
길게 상황도 설명하고 긴장감도 이어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하실 수 있었음에도 작가님은 의도적으
로 굳이 필요없는 잔가지는 쳐내버리고 필요한 상황의 긴장감과 장르적 감성으로 이어지게끔 단
편을 구상하신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런 짧지만 임팩트 강한 감성적 복수무정식의 구성
이 독자들에게 더 편하게 스며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래도 극중 유하라는 캐릭터와
관련된 조금은 연장된 이야기의 시리즈를 생각해봐도 나쁘지 않을 정도로 유하라는 캐릭터가 안겨
주는 감각이 좋았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혹시 예전 폭풍의 집, 괴물의 집처럼 연작으로 이어주셔
도 좋을 듯 싶은 생각입니다.. 가능하시면 좀 더 길게 유하의 모습으로다가… 잘 읽었습니다..
덥고 습한 여름의 짜증스러움에 이런 짧지만 집중잘되는 단편도 즐겁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