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매력을 지닌, 섬뜩함 속에 스며든 아름다움 ‘공작단풍’ 공모(감상)

대상작품: 공작단풍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4시간전, 조회 0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기묘한 분위기 속, 이유를 알 수 없는 소름이 계속됐다.

처음엔 그저 따뜻한 의사에게 호감을 느끼는 한 고등학생 세란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박 부장이 등장하고 안승록 의사에 대한 수상한 이야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점점 궁금증이 커져갔고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도 알 수 없는 낯선 감정들이 마음 한구석에 오래 남았다.

 

주인공 세란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후 수지접합전문병원에서 안승록이라는 한 의사를 만난다.

승록은 세란에게 따뜻하고 섬세하게 대해주었고

흉측하다고 여겼던 세란의 손가락을 ‘아름답게 잘 붙었다.’고 말해준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세란은 점점 승록에게 관심이 가게 되고 둘의 관계는 병원 밖에서도 이어진다.

하지만 박 부장이란 남자가 등장하면서 따뜻한 분위기는 서서히 무너진다.

세란은 그로부터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듣게 되고,

빨간 머리 여자에 대한 의문스러운 이야기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과연 그 진실은 무엇일까.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제목 ‘공작단풍’에 담긴 상징성이다.

자연적으로 늘어지는 수형이 매우 아름답고 미려한 깃털 모양의 잎이 매력적인 품종. 공작단풍.

하지만 자연 상태로는 자라기 어렵고, 반드시 접목을 통해야만 살아남는 모습은

세란의 절단된 손가락과 봉합, 그리고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어딘가 어긋난 사람들의 모습이 이 나무와 닮아있다.

 

세란이 느낀 손끝의 간지러움은 단순한 신체 감각이 아니다.

그건 어쩌면 누구나 안고 있는, 붙었지만 완전하지 않은 감정일지도 모른다.

그 감정은 승록과의 관계에도, 병원 앞 붉은 단풍잎에도 작품 곳곳에 스며있다.

엄지손가락에서 흘러나왔던 피처럼 붉은 그 나무는 시뻘건 생명의 상징이나 차가운 죽음을 예고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 것이 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서늘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안승록이라는 인물은 불편하고 거북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불편함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손끝에 남은 간지러움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정, 겉은 멀쩡해보여도 안쪽 어딘가에는 이상하게

이어 붙어진 관계들. 이러한 감각은 작품이 끝난 뒤에도 오래도록 남는다.

 

[공작단풍]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건드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상한데 묘하고,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지만 계속 곱씹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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