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주인공인 소설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매 분 매 초 나이를 먹어가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육체가 무너지고 신체 기능이 생각을 따라오지 못하는 노화 현상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노인으로서 경험하는 시선과 그들의 사회를 리얼하게 그려낸 소설에 우선은 찬사를 보냅니다.
앞서 리뷰를 쓴 리뷰어님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불편함을 느껴야 했던 것은 그게 너무도 우리 사회의 노인이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공원을 지나며 마주치면 위아래로 사람을 훑어 내리고 자신의 잘났던 시절을 늘어놓는 그런 노인들. 존경의 대상이 되기에는 천박해진 노인들 말입니다.
딸아이의 일화는 툭 튀어나와 가벼운 모래먼지처럼 사라집니다. 결국 그렇게까지 뭔가를 갖고 싶어 했던 딸은 나이든 이후에도 여전히 아들의 뒷전이며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고 집에조차 있고 싶지 않아하는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화자는 그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딸이 겪고 있는 고통을 알면서도 외면밖에 하지 않는 화는 소설 전반의 꿈에서 더 적나라하게 비추어졌습니다. 가족을 외면하는 모습으로요.
사실 저는 밖에서 마주쳐 불편한 노인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사실은 이런 사정이 있어 하는 변명까지 들어가며 만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가 이런 삶을 살았고 이런 고통이 있고 이래서 소리치고 목소리를 높인다 말하기에는, 편파적으로. 주로 좋은 면 위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으로서의 모습조차 편들어주기 어려운 사람으로 늙어버린 탓입니다. 그냥 그렇게 늙어버린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버렸기 때문에, 리뷰를 쓰기 위해 재차 읽는 것이 모래알 씹듯이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노인을 잘 묘사한다는 장점을 상쇄할 만큼 현실적인 불편함으로 다가옵니다. 소설이 현실을 반영하긴 하지만, 수필이 보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하실 수 있었을 것이 뚝 끝나버린 느낌이 듭니다. 그가 자신의 늙음 때문에 눈물 쏟는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가 뭔가 있었을 것 같다는 그런 아쉬움이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