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기적, 그 위를 뛰는 명탐정의 활극 <낭만 선생이 말하길, 사람에게 타오르는 것> 공모(감상)

대상작품: 낭만 선생이 말하길, 사람에게 타오르는 것 (작가: piggy, 작품정보)
리뷰어: 하얀소나기, 2일전, 조회 13

 

 

 

저는 경의 분신(焚身)을 기적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경은 스스로 분신한 것이 아니라 그가 아닌 누군가의 악마적인 악의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여깁니다. 그것이 선생을 도우려는 이유고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가요?”

(본문. 5-P71)

 

 

 

 

목차

1.『본격추리』에 대한 단상

2.『낭만선생 시리즈』로서의 인상

3.『사건』 분석

4.『동기』 분석

 

 

 


 

 

 

1.『본격 추리 소설』에 대한 단상

 

언제부터인가 특정 장르에 ‘본격(本格)’이라는 수식을 제시함으로서, 장르가 태동을 일던 시기의 뿌리와 그 자체의 재미를 찾기 위한 시도가 수도 없이 이뤄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흔히 판타지라는 장르에 ‘정통 판타지’라는 테두리를 제시함으로 판타지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정립되었던 시기를 재현하듯이, ‘추리’라는 장르에서도 ‘본격 추리’라는 이름을 제시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본격추리’라는 장르는 그 이름만큼 색채가 명확합니다. 표면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사건’을 제시하고, 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탐정’을 제시합니다. 이런 구성은 과거 <셜록홈즈 시리즈>나 <포와로 시리즈>와 같은 ‘탐정이 사건을 해결 한다’는 흐름을 선명하게 오마주 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시대가 흐르며 수많은 창작으로 변형되고 비틀어졌던 장르를,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그 시절의 추리소설로 되돌리는 것이야말로, 그들이 사랑하는 ‘본격 추리’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본격추리’의 핵심은 작가와 독자 간에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는 정보의 불균형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작가는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습니다. 반면에 독자들은 작품에 묘사되는 사건만을 표면적으로 받아들이며, 그조차도 작가에 의해 선별된 정보들만을 부분적으로 익히게 됩니다. 즉, 독자들은 작가가 내민 정보들만을 갖고 사건의 전말을 추측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의 시선에 자신을 겹쳐보며 작가가 내민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이야말로, 이 ‘본격추리’를 사랑하게 되는 매력이라고 정의됩니다.

 

어쩌면 ‘본격추리’라는 단어로 특정 장르가 정의된다는 것은, 그만큼 요즘 시대에 들어 ‘본격’이라고 정의될 만큼 원초적인 장르적 구성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반증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변화에 대해서는 수많은 아젠다(Agenda)들을 제시할 수 있겠지만, 그 변화에 물들지 않은 가장 선명한 장르의 색채를 찾아가는 시도가 꾸준하다는 것만은 달가운 사실입니다.

 

 

 

2.『낭만선생 시리즈』로서의 인상

 

<낭만선생 시리즈>는 마법사회의 유명한 학자 ‘낭만선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추리소설 시리즈입니다. 마법이라는 초현실적인 힘을 긍정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사건을 오로지 ‘인간’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방식으로 눈길을 끌며, 사건의 진상 이상으로 배경과 인과에 대한 해석에 공을 들이는 구성이 매력적이었던 작품으로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Piggy’ 작가님의 <낭만선생 시리즈>와 만나는 것도 벌써 세 번째 작품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번에 읽은 <낭만 선생이 말하길, 사람에게 타오르는 것>은 그간 읽었던 작품들 중에서 다소 이질적이라는 인상이 있었습니다. 그 원인은 기존 작품들이 ‘본격추리’라는 장르와는 다소 결이 다른 추리극을 보여줬다는 것에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추리’라는 작품이 매력을 갖추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사건 그 자체의 구성입니다. 표면적으로 얼마나 사건이 기이한가와 더불어, 그 사건이 벌어지게 된 경위에 집중합니다. 흔히 ‘트릭’이라는 말로 정의되는 사건의 풀이과정에 흥미를 느끼는 것을 유도하며, 그 풀이과정을 유도해내기 위해 적제적소에 정보를 삽입하는 작가의 능력이 중요시됩니다.

 

둘째는 해당 사건을 겪는 인물입니다. 해당 사건을 일으킨 범인, 혹은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들을 조명하며, 그들이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인과를 상세하게 조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에 대한 물음을 쉴 새 없이 던지며, 독자들이 인물 자체에 공감할 수 있는 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기존 <낭만선생 시리즈>은 명확히 후자에 힘을 두고 있습니다. 사건 그 자체에서는 커다란 해석을 두지 않지만, 그 사건에 휘말려 있는 ‘인물’들을 조명하는 데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해당 사건에 휘말린 피해자 및 가해자들의 심리적 상태와 불우한 과거를 수려한 필체로 묘사하며 몰입할 여지를 만들고, 마지막에 해당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방식이야말로 <낭만선생 시리즈>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나치게 인물들에 집중하는 탓에 사건 자체는 인물들을 엮어주는 테두리 정도의 역할만을 하며, 표면적으로 기이해보였던 사건 또한 고착된 사고를 벗어난다는 간단한 방식을 제시하며 길을 만드는 것에 가깝습니다. 결국 소설을 다 읽었을 때, 독자들은 사건 자체보다는 직접 목소리를 들려줬던 인물들만 떠오르는 것이 보통입니다. 약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선택과 집중으로 작가가 보여주고픈 그림을 완성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더 우선시하고 싶습니다. 이 선택과 집중이 이번 작품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후술하겠습니다.

 

<낭만 선생이 말하길, 사람에게 타오르는 것>은 앞서 말했던 인물에 대한 탐구에서 벗어나 ‘본격추리’라는 장르를 시도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절대 일어날 수 없을 법한 사건이 등장하며, 그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낭만선생’이 활약합니다. 그녀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프리 선생’이라는 눈을 두는 것 또한 고전 추리극에서 보여주던 제3의 인물이라는 구성의 오마주이기도 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 작품에서 ‘본격추리’라는 장르를 어떻게 재현했는지를 살펴보고, 사건과 인물 면에서 구성 정도를 살펴볼까 합니다. 앞선 작품의 리뷰는 다음 글에서 확인해주세요. (해당 리뷰들을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부디 작품을 읽고 그 해석을 공유한다는 느낌으로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범인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낭만 선생이 말하길, 그녀가 잃은 것>

https://britg.kr/review-single/210055/

 

너에게조차 보여줄 수 없었던 나의 세상 <낭만 선생이 말하길,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https://britg.kr/review-single/211084/

 

 

 

 

3.『사건』 분석

 

 

3-1.얻은 것과 잃은 것

 

 

4.『동기』 분석

 

 


 

 

PS. 이 작품을 과거 다른 플랫폼에서 만나고, 마치 제 눈과 마음에 맞춘듯 시작되는 이야기에 가슴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게 새로운 장에서 다시 만나 부족하게나마 감상을 남길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큰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멋진 작품을 남겨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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