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말 및 주요 내용을 포함합니다.
조금 거창하게 시작하자면, ‘유토피아’를 언급할까 합니다. 완벽한 이상향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요. 그건 과학과 기술과 사상이 아무리 발전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가정부를 착취했던 마르크스처럼요.
‘환향’의 세계관도 그러합니다. (함무라비가 아주 좋아할 것 같은) 목숨을 목숨으로 치환해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는 이 놀라운 세상에서도, 완전한 평등과 공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너무 비관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이 무리지어 사는 한 완전한 평등이란 건 영원히 불가능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환향’의 주인공들은 그러나 이 불완전한 시스템을 어떻게든 개선시키고자 합니다. 그들이 취하는 방법과 행동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제도를 더 낫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은 같지요. 그래서 그들이 성공했는 여부는 지금은 밝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지금부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쓰려고 합니다.
1. ‘희망’을 이야기하는 현실적인 결말
저는 결말부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요, 제목에 밝혔듯이 ‘결국에는 인간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계와 시스템은 공고하고 단단하며, 기득권은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온갖 것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선량하고 평범한 시민들이 세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요.
그렇기에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로 끝나는 엔딩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많은 일들 끝에도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선량한 마음. 결국, 우리는 우리를 돕고 세상을 더 낫게 만들거라는 것. 작금의 현실을 생각할 때 더더욱 인상깊은 마무리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2. 흥미로운 설정, 생생한 인물들
‘살인자의 목숨을 피해자의 목숨으로 치환하는 기술’은 설정만으로도 정의 실현의 만족을 줍니다. 실재하는 기술이기를, 하루 빨리 도입되기를 바라게 되더군요. 또 이 기술에 얽힌 다양한 인물 설정도 좋았습니다. 특히 초반에 등장하는 ‘환향’ 후보자들-
관종, 재벌, 지친 자와 한결같은 자의
3. 주요 캐릭터의 반전서사
반전 강박증(?)이 있는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좋았는데요,
마이실이 진짜 살인마가 아니라는 것, 환향 후보자들이 실상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선정기관’은 제한된 정보를 권력삼아 불공정한 선택권을 휘두를 수 있는 부패한 기관일지는 몰라도, 각각의 개인으로서의 악역은 없다는 점 또한
4.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들
리뷰를 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으며, 제가 아쉽다고 느낀 부분이 사실은 작가님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일 수 있고, 제 생각이 사실은 지독한 오독의 산물일지도 모르며, 때로는 이 몇 마디가 누군가의 의욕을 꺾고 상처를 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주시리라 믿으면서) 고민 끝에 이 부분을 써 내려가 봅니다.
1) 분량 : 저는 환향을 크게 3부분으로 나누어 바라보았는데
마이실 등장 전후가 기준입니다.
2) 캐릭터의 활용:
마이실은 극 전체에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라고 느꼈는데 그의 마무리가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주세영이 환향했으니 마이실이 죽은 건 당연한데, 등장인물 중 누군가의 입을 통해 그 사실이 명확하게 나온다거나 그를 기억하는 부분이 없어 더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물론 뒷부분에 소하나에 입을 통해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 텀이 좀 길었다고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반회장의 경우 뒷부분 전개를 위해 다소 도구처럼 활영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있고요. 돈과 권력이 있으니 어떤 불법 행위든 할 수 있다는 점이 전형적이라 느껴 아쉬웠습니다.
소하나와 주세영은 캐릭터성이 좀 겹치는 게 아쉬웠습니다. 둘 다 여자 청소년 환향자이고, 당차고 기가 센 인물이라 느껴집니다. 환향 기관에서 마스코트처럼 내 보이며 활용하는 것도, 환향 시스템 개선을 위해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비슷하고요.
저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 참 좋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이 작품을 끝까지 읽게 만든 동력도 ‘범수’씨에 대한 응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응원할 수 있는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 또한 작가님의 역량이겠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도, 이 주인공처럼, 평범하고 소박하지만 성실하고 올곧은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그래도 유토피아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범수씨의 새 사업이 번창하길 기원하며! 좋은 작품 써 주신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