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선율’은 차분한 소설입니다. 갑자기 무언가 폭발한다거나, 죽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주인공의 심경이 급격히 변화하지도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 소설에서 주인공이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아침에 출발해 소망 휴게소를 거쳐 강릉에 다녀오는’ 것 뿐입니다. 그렇게 하면, 차 트렁크에 돈이 생깁니다. 이 돈조차도 막대한 금액은 아닙니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50만원이죠.
그렇다고 이 소설이 별로라는 말은 아닙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소설이었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아마 이 소설은 독자의 경험이나 현재 상태에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직장을 다니고 있거나, 다녀 본 사람이라면 더욱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소설이 사실상의 우화라고 생각합니다. 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하고, 소망 휴게소를 들린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진다는 ‘플롯’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플롯이라기보다는 이야기가 전하는 내용입니다. 무의미하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돈을 받는다는 것 말이죠. 이야기 속에는 ‘돈’을 받은 사람들이 나옵니다. 주인공, 이지은, 그리고 노인까지도. 이들은 각각의 사연을 지니고 있고, 각각 특징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번 더 말하자면,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결국 돈을 받기 위해 무의미한 일을 반복하며, 나중에는 돈 그 자체에 집어삼켜지는 인간의 모습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은, 이야기의 마지막에 주인공과 이지은이 각각 하는 선택입니다. 이지은은 입고 다니던 코트를 벗고 롱패딩을 입으며, 여행을 다녀 올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듯이 바흐의 음악을 틀고 차를 몰아 강릉으로 향합니다.
끝없는 선율은 짧은 소설입니다. 처음에 언급한 것처럼, 빵빵 터지는 이야기라거나 급격한 사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대해서,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의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면, 이 소설은 꽤 좋은 장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정말 좋은 우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