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지주의’는 그렇게 길지 않고, 크게 복잡하지도 않은 소설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네이지주의는 꽤 흥미로운 설정을 계속해서 제시합니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인 ‘령’과, 그들이 휴식해야만 하는 장소 ‘용궁’, 그리고 령들이 한번 가진 호기심은 해결해야만 한다는 숙명까지도요. 어떻게 보면 이제는 흔해졌다고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이런 설정으로 돌파하며 독자로 하여금 계속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런 용궁과 령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급격하게 ‘네이지’로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네이지는 ‘평범한 방식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극한의 행복’ 이라는 새로운 감정입니다. 적어도, 령들은 그렇게 생각하지요. 다만 그 근거는 매우 빈약한 편입니다. 네이지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은 어떤 강력한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도시전설에 가까우니까요. 과거 어떤 동영상이 올라왔고, 그 동영상은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약 ( 탈라신 플러스 ) 를 홍보하는 내용입니다. 그 새로운 감정들은 알 수 없는 명칭들이 붙어 있고, 그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도 더 이상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고요. 하지만 령들은 그 중 ‘네이지’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얼굴이 엄청나게 크게 웃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매우 크게 웃고 있으니 엄청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령들은 임무 완수를 위해서 한번 느낀 호기심은 해결해야 한다는 숙명에 구속되어 있기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령 ‘서하’와 ‘은월’은 결국 네이지에 대해 조사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조사하는 것은 네이지가 아니라 이들이 다른 임무 수행 중 만났던 사람들입니다. 령들이 생각하기에 일반적인 행복이 아닌, 가장 큰 행복을 느낀 사람들이죠.
이러한 구조는 마치 저에게 세단뛰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령과, 그 령이 꺼내는 네이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네이지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큰 행복. 각각의 이야기가 천천히 전개되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이 고인 웅덩이를 건너뛰는 것처럼 빠르게 넘어가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각각의 이야기, 각각의 뜀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질 만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네이지’를 찾기 위한 령들의 질문과, 그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특히,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나온 최종적인 결과물은 굉장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은 아주 오래도록 반복된 질문일 테지만, 이런 방식으로 찾아지고 표현된 행복이라는 것은 정말 새로웠습니다. 특히 령들이, 자신들이 곧 네이지를 느끼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부분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며 네이지주의라는 제목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네요.
사실 탈라신 플러스에 대한 광고는 진짜로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기괴한 화면을 포함하고 있으니 시청에 유의하시고, 정말로 ‘네이지’ 를 구경하고 싶으신 분들은 한번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