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지를 향해, 세단뛰기. 감상

대상작품: 네이지주의 (작가: 이나름, 작품정보)
리뷰어: 종이, 11시간전, 조회 7

‘네이지주의’는 그렇게 길지 않고, 크게 복잡하지도 않은 소설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네이지주의는 꽤 흥미로운 설정을 계속해서 제시합니다.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인 ‘령’과, 그들이 휴식해야만 하는 장소 ‘용궁’, 그리고 령들이 한번 가진 호기심은 해결해야만 한다는 숙명까지도요. 어떻게 보면 이제는 흔해졌다고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이런 설정으로 돌파하며 독자로 하여금 계속 이야기를 읽어나가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런 용궁과 령이라는 소재만으로도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급격하게 ‘네이지’로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합니다. 네이지는 ‘평범한 방식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극한의 행복’ 이라는 새로운 감정입니다. 적어도, 령들은 그렇게 생각하지요. 다만 그 근거는 매우 빈약한 편입니다. 네이지라는 감정이 있다는 것은 어떤 강력한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도시전설에 가까우니까요. 과거 어떤 동영상이 올라왔고, 그 동영상은 완전히 새로운 감정을 느끼게 해 주는 약 ( 탈라신 플러스 ) 를 홍보하는 내용입니다. 그 새로운 감정들은 알 수 없는 명칭들이 붙어 있고, 그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도 더 이상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기괴한 모습이고요. 하지만 령들은 그 중 ‘네이지’라는 감정을 느끼는 사람의 얼굴이 엄청나게 크게 웃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매우 크게 웃고 있으니 엄청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령들은 임무 완수를 위해서 한번 느낀 호기심은 해결해야 한다는 숙명에 구속되어 있기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령 ‘서하’와 ‘은월’은 결국 네이지에 대해 조사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사실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조사하는 것은 네이지가 아니라 이들이 다른 임무 수행 중 만났던 사람들입니다. 령들이 생각하기에 일반적인 행복이 아닌, 가장 큰 행복을 느낀 사람들이죠.

이러한 구조는 마치 저에게 세단뛰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고도로 발달한 령과, 그 령이 꺼내는 네이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네이지의 근원이라고 생각하는 큰 행복. 각각의 이야기가 천천히 전개되며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이 고인 웅덩이를 건너뛰는 것처럼 빠르게 넘어가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각각의 이야기, 각각의 뜀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질 만도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네이지’를 찾기 위한 령들의 질문과, 그 질문에 답하는 사람들의 면면은 꽤나 흥미롭습니다. 특히, 그 이야기들이 모여서 나온 최종적인 결과물은 굉장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행복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은 아주 오래도록 반복된 질문일 테지만, 이런 방식으로 찾아지고 표현된 행복이라는 것은 정말 새로웠습니다. 특히 령들이, 자신들이 곧 네이지를 느끼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부분이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최종적으로,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며 네이지주의라는 제목에 대해서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주 즐거운 경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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