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투명하다. 전혀 꺾거나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 소설은 심지어 그걸 어떤 장치 같은 것(물론, 그것 역시 너무나 전형적이라 뻔하고 식상하게 느껴졌겠지만)을 이용해서 우회적인 척 포장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느껴지는 것이 그냥 그대로 끝까지 이어지면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무리된다. 소위 반전이라고 하는 것, 의외성이라는 것 같은 게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좀 아쉬울 수 있는 점이다.
그래서 갖는 장단점은 분명하다. 가장 큰 단점은 별로 재미가 없다는 거다. 오죽하면, 처음부터 이미 예상된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다 보니, 좀 과장하면, 불필요하게 계속 늘이고 있는 것처럼도 느껴질 정도다.
대신 그런 만큼, 캐릭터에 대해서는 여러 번에 걸쳐서 확실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편지의 대상인 ‘선생님’이 얼마나 자기 합리화에 쩔어 있는 개같은 인물인가 하는 점이라든가, 추종자가 거기에 점점 더 동화해 간다고 할까, 어떤 지침이나 더 정확하게는 핑곗거리로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 솔직하게 잘 드러난다. 그 자신도 그렇게 ‘존경’한다는 선생님처럼 자신을 합리화에 쩔어지게 하려는 게 보인다는 거다.
소설은 일관되고 뚜렷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은 만큼 이해가 쉽고 공감도 잘 되는 편이다. 이것이 투명하게 쓴 것의 장점이다. 굳이 에두른 변주를 주지 않음으로써 하려는 이야기와 그것을 통해 전하려는 감성 같은 게 핀트를 엇나가거나, 메시지가 오염될 가능성을 줄인다. 설사 조금은 그렇더라도, 큰 줄기에서는 벗어나지 않게 막는다.
그래도, 명백히 보이는 사실까지 등장인물을 통해 노골적으로 뱉어내게 하는 등 끝까지 투박하기만 한 것은 역시 연출적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