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어두운 밤, 주막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의 만남.
눈동자가 깊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한 사내와
그 사내의 얼굴만 보고 사정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린 한 어르신.
그리고 ‘야화꾼’이라고 불리는 한 사내의 이야기로 이 글은 시작된다.
‘귀락촌’이라는 마을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예전에 봤던 드라마 내용이 떠올랐다.
여자 아이를 굶겨 죽지 않을 정도로 먹이고 좋은 음식으로 유인한 후
잔인하게 칼로 찔러 죽이는 과정으로 귀신을 만들어 내는 일.
한이 서려 있던 귀신, 아니 한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 섬뜩하면서도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과정을 글로 보자니 내가 마치 그 공간에서 방관하고 있던 마을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이 헛헛하다.
살아있는 사람의 눈꺼풀과 혀를 잘라내고 밧줄을 감은 채 나무에 매다는 과정, 배고픔과 처량함,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귀락촌’ 사람들의 눈, 열 살 전후의 여자 아이가 아니라 어느 누구라도 이러한 과정을 견뎠다면
‘한’ 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마을 바깥에서 살아가는 백성들의 삶을 위해 귀신을 끌어오르는 이 모든 것이 주민들의 자부심이라니.
다수를 위해 한 명을 희생시키는 일은 어쩌면 그들에겐 당연했을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했는데 죽은 아이의 얼굴을 표현한 글을 보며 손이 차가워졌다.
사라진 시체, 그리고 고개를 빳빳하게 세운 채 앞을 보며 웃고 있던 얼굴.
귀신들을 불사른다는 한을 ‘귀락촌’ 사람들에게 옮기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르신이 채워준 뒷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생각과 다른 이야기의 흐름에 감탄했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사람이 없는 ‘타로산’을 터덜터덜 걸어가는 한 사내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
그리고 그 사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두 사람의 실루엣이 상상된다.
등에 갓난애처럼 얹은 보따리를 매만지는 모습을 보며 가엽다고 말하는 어르신은
어쩌면 그 사내의 마음을 미리 알아차리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걸까.
잘못된 행위를 한 마을 주민의 최후까지, 깔끔한 작품 흐름에 후련함을 느낀다.
호러지만 결코 무섭다고만 말할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느껴져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