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도 흥미롭고 신선한 측면도 있지만… 감상

대상작품: 침착한 종말 (작가: 유권조 프리미엄, 작품정보)
리뷰어: 레즈, 3시간전, 조회 4

이야기는 자체는 솔직히 그렇게 볼만한가 싶다. 여러가지를 말하기는 하지만, 그래서 무엇이 남았냐고 묻는다면 글쎄…? 싶기 때문이다. 그냥 한 순간의 왁자지껄한 소동극같은 측면이 있어서다.

아이디어는 꽤 흥미롭다. 인류 종말을 투표로 결정했다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래도 나 자신이 민주주의, 보다 정확하게는 다수결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이기에, 이건 좀처럼 궁금해하기 어려운 일종의 치트키같다.

인공지능이 사회의 주요 요소로 대두되는 걸 넘어 인간의 일종으로 인정하며, 기존 인간들이 그를 최대한 부려먹기로 하면서 인공지능에 의해 돌아가는 세상이 되는 것도 그렇다. 물론 이것 자체는 이젠 식상한 클리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재미있는 기본 뼈대이며 주요 아이디어인 ‘투표로 결정된 인류 종말’과의 조합도 좋아서 사건의 발생과 예후를 궁금하게 한다. 인공지능에 과의존하게된 사회의 결론이 인류 종말이라는 것에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할만도 하다.

물론 전혀 그런 뻔한 전개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종말을 다루는 방식과 전개, 분위기도 전혀 답습하지 않을 뿐더러 반대하기까지 하고, 보편적으로 마땅히 그래야 할 것이라고 대다수가 옳다고 간주하곤 하는 철학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그리고 그건 꽤 솔깃하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소설은 꽤 신선한 측면이 있다. 종말을 가벼운 즐길거리처럼 다루는 것이나, 액자식으로 마치 예언서처럼 소설 속 소설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애초에 어째서 종말을 선택했는지나, 왜 그렇게까지 불완전한 종말 방법으로 결정했는가도 그렇고, 폭력 투쟁중인 저항군 속에서의 일을 대충 얼렁뚱땅 넘기는 등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이 있어서 결국 불완전한 만족감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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