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건 SF가 아닌데? (웃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이 단편은 정확하게 판타지 중 하나인 ‘신체 교환(Body swap)’, 그 중에서도 ‘신체 강탈’에 속하는 이야기다. 굳이 SF적인 면이 있다고 한다면, 전자 기계인 로봇청소기가 등장하는 것 뿐이다.
처음에는 인간 스스로가 환영하여 받아들였으나 어느새 밀려나게 되어버린다는 식의 전개도 SF의 단골같은 설정이긴 하지만 또한 신체 강탈물의 전형적인 것이기도 한지라 그닥 SF적인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당연히 SF적인 흥미로움이나 재미는 없다고 봐도 좋다. 대신 로봇청소기가 되서 겪게되는 것이라든가, 신체 강탈물이 흔히 보여주는 점차 잠식되어가는 과정같은 것은 나쁘지 않게 그린 편이다. 해석에 따라서 단순한 ‘아시발꿈’으로도 상당히 호러스러운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결말 역시 그렇다. 그래서 소설 자체는 나름 볼만하긴 하다.
그러나, 결국 넘을 수 없는 선 같은 것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니, 인간과 로봇청소기가 바뀐다는 걸 좀처럼 실감나게 상상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처럼 다소 미지의 영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 생활에서 자주 보고 만져 너무 익숙한 로봇청소기라서 더 그렇다. 물론, AI를 탑재해 나름 지능적인 면도 갖췄다는 점 등 넓게보면 딱히 일반적인 로봇과 다르게 취급할 것도 없기는 하다만, 이미 생겨버린 인식의 벽은 높아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만은 끝내 거부하게 만든달까. 개인적으론 몰입할 수 없는 소재였단 얘기다.
소설이 은근히 ‘통 속의 뇌’를 소재로 한 옛날 SF 단편(오래되서 제목은 까먹었다;)을 떠올리게도 했는데, 그것은 이 소설과 달리 애초부터 그럴듯한 가능성을 깔고있었기에 설정 등에서 반발하는 점도 없었고 이야기 전개와 그에서 이어지는 결말도 꽤나 완성도 있었기에, 아무래도 비교되어 좀 더 아쉽게 느껴지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