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a Fremdiĝo
Human Alienation
인간 소외
목차
1. 돌봄 로봇
2. 국민소득기금
3.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이 소외된다!
4. <안녕 써니>의 의미론적 해석
1. 돌봄 로봇
노인인구 증가 및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돌봄필요는 늘어났지만 돌봄을 제공할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돌봄부족을 메우고 돌봄비용을 절감하여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돌봄로봇이 제시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의 여파와 생활하던 집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하는 비대면 돌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돌봄로봇, 원격돌봄, 원격의료를 포함한 돌봄의 디지털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습니다.1 유럽은 2017년 ‘Special Eurobarometer 460’ 조사로 로봇 및 인공지능을 돌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으며,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코로나 이전부터 정부에 의해 주도적으로 의료 및 돌봄의 디지털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2
돌봄로봇이란 집, 요양시설, 병원 등에서 돌봄제공자(간병인, 간호사, 선생님, 가족 구성원 등)나 돌봄수혜자(노인, 환자, 장애인, 아이 등)의 돌봄필요를 충족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로봇을 의미합니다.3 돌봄로봇의 종류는 신체지원로봇(사용자가 자립으로 하기 어려운 행위보조), 생활지원로봇(사용자의 생활패턴을 파악하여 상황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 제공), 정서지원로봇(사용자가 고독하거나 우울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로봇)으로 나뉩니다.4 <안녕 써니>에 등장하는 로봇 T2025는 생활지원로봇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돌봄부족과 이를 대처하기 위해 로봇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 속에서, 돌봄로봇 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로봇(이승보조, 욕창예방, 배설지원, 식사보조 등) 및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로봇 등의 개발이 확대되고 있습니다.5 2023년 기준으로 로보케어의 ‘실벗’과 ‘보미,’ 효돌의 ‘효돌이,’ 토룩의 ‘리쿠,’ 아이피엘의 ‘아이지니,’ 서큘러스의 ‘파이보,’ 원더풀 플랫폼의 ‘다솜이’ 등이 개발되었습니다.6 우리나라 정부는 돌봄로봇 도입이 시급한 상황으로 인지하고 기술개발 및 보급지원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합니다7
2. 국민소득기금
1980년대 LA를 배경으로 활동한 여성 레슬링 단체 G.L.O.W를 모델로 한 드라마 <글로우: 레슬링 여인천하>에는 태미 ‘더 웰페어 퀸’ 도슨이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복지여왕(welfare queen)은 로널드 레이건(Ronald Wilson Reagan, 미국 일리노이주 탬피코1911~2004 미국 캘리포니아주 벨에어)이 1976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과도하게 복지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캐릭터로, 당시 레이건은 복지여왕을 “죽은 남편 4명의 명의로 연금을 받고, 12개의 사회보장 카드를 갖고 있고, 80명의 가짜 이름으로 복지수당과 푸드스탬프를 받는 흑인 여성”으로 묘사했는데, 복지여왕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공짜로 돈을 준다면 누가 일하겠는가?’입니다.8
‘일 = 임노동(최협의) + 경제활동(협의) + 무임금 노동(광의) + 자율적 활동(최광의)’이라 할 수 있습니다.9 우리나라의 헌법 제3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이고, 헌법 제32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입니다.10 근로의사가 없는 사람에게도 최저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이 헌법상 타당하다는 제한적 간접강제긍정설은 근로와 일의 의미를 넓게 파악할 경우 강화됩니다.11 “일하는 사람”을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삼아서 생계급여수급권에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현행 제도는 적극적 자유 구현을 강제하고 소극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이 정하는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등 일련의 자유권을 제한하는 문제가 있습니다.12
3.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간이 소외된다!
소외(Alienation)라는 사회 병리적 현상은 역사적 맥락에서 수많은 학자에 의해 깊이 연구되어 왔는데, 마르크스(Karl Marx, 프로이센 왕국 트리에 1818~1883 영국 런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자신이 노동의 산물로부터 소외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훼손된다는 소외론을 제시했으며, 루카치(György Lukács, 헝가리 부다페스트 1885~1971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마르크스의 이론을 발전시켜 물화 이론을 주장하여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사회적 관계와 의식이 사물처럼 취급되는 물화과정에 대해 밝혔으며,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독일 뒤셀도르프 1929~현재)는 마르크스의 선례에 의거해 현대 사회에서 기술적 합리성이 지배하는 체계가 인간의 ‘생활세계’를 침범하여 의사소통을 왜곡한다고 주장했습니다.13
마르크스는 처음부터 인간의 사회적 삶에 주목하여 소외를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적 조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14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부르주아 사회에서 경험하는 소외의 네 가지 형태를 제시했는데 ❶자신의 노동 생산물이 “노동자를 지배하는 강력한 대상”이 되어 나타나는 사물의 소외, ❷ 자신의 생산 행위가 “무력으로서의 힘”이고 “낯설고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활동으로 경험되는 자기 소외, ❸ “인간의 유적 본질”을 “자신에게 낯선 본질로, 인간의 개인적 실존의 수단으로” 변모하는 인간적 본질 소외, ❹ “인간으로부터의 인간의 소외”입니다.15 <안녕 써니>에선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앞으로 막대한 부와 막강한 권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특정한 기업들이 인공지능과 관련된 모든 기술과 자원과 인력을 점유하게 된다면, 인공지능 기업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차지하게 되고, 인공지능을 수용하는 인간들은 이에 저항할 능력조차 줄어듭니다. 이렇게 되면 인간은 생산에서도 소비에서도 소외되며, 인간은 자유의지와 저항의식을 모두 잃고 통제된 환경에서만 존재하게 되며, 인간은 곧 자본주의-인공지능에게 착취당하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효율 중심적이며 도구적 합리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 특유의 언어와 창작 영역까지 침범하여 인간이 주체가 아닌 시스템의 객체에 머물 수 있다는 인간 소외의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 소외 현상은 동시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사회적 문제가 될 것입니다. <안녕 써니>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주식 매매에 열중하고 있는 영욱’16이 곧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4. <안녕 써니>의 의미론적 해석
(p. 273). 종일 TV를 봤다. 드라마, 영화, 쇼, 다큐멘터리, 닥치는 대로 봤다. 그러다 누군가가 하는 말을 들었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미래가 없는 자는 오늘이라는 쳇바퀴를 도는 시체와 같다.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왜 속이 텅 빈 것 같은지 알 것 같았다.
(p. 274). 일은 구해지지 않았다. 도준이 할 만한 단순한 일들은 로봇들이 도맡고 있었다. 사람은 인력시장에서 매력이 없었다. 말을 가려해야 하고, 4대 보험을 챙겨줘야 하고, 아프거나 꾀를 부려도 자를 방법이 없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세상의 사장들은 사람을 고용하는 대신 로봇을 들이고 국민소득기금에 기여금을 내는 쪽을 선택했다. 로봇이 진출하지 못 한 분야는 도준의 처지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법조계, 의료계, 교육계, 과학기술계, 경영기획 정도였다.
사피엔스, <안녕 써니> 中
<안녕 써니>는 돌봄 로봇 틴틴과 커피 자판기 써니의 사랑을 담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들의 유사 로맨스물인 줄 알고 읽었지만, 작품을 좀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인간 소외에 대해서 고찰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상당히 제 심장을 후비는 문장들을 인용해보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미래가 없는 자는 오늘이라는 쳇바퀴를 도는 시체와 같다.’입니다. 동시대 우리나라에서는 일하지 않는 청년 백수들이 많습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인구 817만3000명 가운데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은 50.3%로 전년동월대비 0.2%p 하락했고, 고용률은 46.9%로 전년동월대비 0.7%p 하락했으며, 실업률(6.7%)은 0.9%p 상승했습니다.17 일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쉰’ 청년이 2024년 7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18
일하지 않고 쉬는 청년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일’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서 달리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근로를 하는 청년과 근로를 하지 않는 청년의 경계가 생각보다 흐릿하기 때문입니다. 비인기 종목 운동선수인 청년을 예시로 들자면, 그들은 노동적령기에 해당되는 연령대의 삶 전부를 선수 생활에 쏟아붓습니다. 운동선수들의 하루 일과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하루 종일 고된 훈련을 하고 밤늦게 집에 가서 잡니다. 하지만, 이들은 스포츠 스타가 되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해도 돈을 벌지 못합니다. 비인기 종목에 경우 선수층이 얇고, 대중의 인지도도 낮아서 ‘그런 종목도 있냐?’는 소리를 들으며 폄하당하기도 합니다.
국내대회와 국제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다녀도 훈련비와 선수용 장비 등에 막대한 지출을 해야 되어서 빚에 허덕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비인기 종목의 운동선수들도 우리나라 통계청 기준으로는 경제활동과 구직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쉬는 청년에 해당됩니다. 그럼, 비인기 종목 운동선수 청년들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동시대 청년 세대가 일을 하지 않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 근로를 하는 청년과 근로를 하지 않는 청년의 경계는 상당히 흐릿합니다. 어떤 ‘일’은 통계에 잡히지 않기도 하며, 어떤 ‘청년’은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부가 약자를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안녕 써니>에서 묘사된 인공지능과 자본주의가 극대화된 세상이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사피엔스 작가님의 122매짜리 중단편 소설인 <안녕 써니>는 2025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는 소설이라고 감히 평가합니다. 과학적 기술과 사회적 현상이 공존하는 문학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현 시대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이점에서 굉장히 강렬하고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피엔스 작가님께서 재료 공학을 전공해서 석사 학위까지 받으신 걸로 추정이 되는데요.19 SF 장르 소설을 주로 쓰시는 이유가 아마 전공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사피엔스 작가님의 창작 경력에 <안녕 써니> 같은 보석을 한 점 세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에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난네코 배상(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