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은 조심합시다> 리뷰
잘 읽히는 글이었지만 글 자체만 놓고 보자면 특별히 리뷰를 쓰고 싶게 만드는 요소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읽던 도중 잠시 스크롤을 내리던 손을 멈칫하게 하는 부분이 있어, 고민하다가 결국 리뷰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것은, 물론 인종에 관한 부분입니다.
작품은 한국 소녀가 LA에서 곤란한 상황과 마주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불균형하게 디테일한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이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실화에 기반했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고, 작가의 말을 통해 그 추측이 사실임이 드러납니다. 아마도 주인공은 작가의 아바타일 것이고, 가방을 뺏으려 들려는 불량배도 실제 경험에 기반을 둔 인물일 것입니다. 어쩌면 정말로 그 불량배가 흑인이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그 불량배가 흑인이었으니 흑인 악역을 등장시켜야겠다’는 것이 과연 아무 문제 없는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작품 내에는 ‘흑인 특유의 강한 억양’, ‘경험상 저런 놈들은 ~ 마약을 한바가지 하고’ ‘예상했던대로 흑인이었다’ 등의 편견 섞인 표현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흑인 뿐이던 시야에 덩치 좋은 백인 남자가’ 나타나 ‘요령 좋게’ 자신을 구원해 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주인공을 도와주는 다른 이들 또한 ‘백인 여자’와 ‘말끔하게 생긴 백인 남자’, 그리고 ‘한국인’입니다.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미 작품 전반에 인종에 대한 차별적 편견이 노골적고도 짙게 깔려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이 그랬는데 나보고 뭘 어쩌란 말이냐’라고 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설은 굳이 사실을 그대로 옮길 필요가 없는 매체이고, 문화컨텐츠는 사회에 특정 시각이나 견해를 재생산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부분은 좀 더 신중할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타 집단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와 차별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2017년의 대한민국에서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조금 더 신중한 고민이 담긴 글쓰기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