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고 온순한 현대인들은 야만과 광기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감상

대상작품: 잔존의 신호 (작가: 청와, 작품정보)
리뷰어: 일요일, 5시간 전, 조회 10

현대인들은 온순하다. 뉴스를 틀면 험악한 내용이 흘러나오지만 야만적이라 불렸던 시대들은 어느덧 힘을 잃고 있다. 예전에는 잡히지 않는 연쇄살인마들이 세상을 버젓이 돌아다녔고 인신매매와 납치도 지금보다 빈번했다. 그래서 뭐? 내 삶에 어떤 범죄의 흔적이 발자국을 남기고 지나간다면 그 모든 온순함은 모두 거짓말같이 사라진다. <잔존의 신호>에 나오는 주인공 나도 그런 온순한 소시민이었다. 소중한 차, 새로 태어날 예정이었던 아이, 사랑하는 아내, 열심히 사는 가장의 모습이 모두 한 번에 원래 모습을 잃어버렸다. 평범한 현대인인 나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쳤다. 사랑하는 사람이 살해당하거나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중한 차가 범죄에 이용되어 1년간 방치된데다가 범죄의 흔적이 가득한 채로 돌아왔다면 누구라도 화가 날 것이다.

주인공 나의 생각은 이해하기 쉽다. 내 차와 내 삶이 망가진 것이 싫고 화가 난다. 안타까운 일을 당한 아이가 불쌍하다. 그래도 본전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망가진 차를 비싼 값에 사겠다는 제안은 나를 쉽게 끌어당긴다. 약간의 이기심과 동정과 손해보기 싫은 마음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호승심으로 변하는 순간 사건은 알 수 없는 곳까지 사람을 끌고 간다.

영리하고 온순한 현대인들은 야만과 광기를 어떻게 이겨나갈까? 끔찍한 사건 앞에서 누군가는 호승심 넘치게 범인을 추적하고, 누군가는 비난하고, 누군가는 깊이 좌절한다. 그렇지만 삶으로 돌아가는데에는 당신은 삶으로 돌아가라는 말, 삶의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주는 동반자의 묵묵함이 필요하다. 세상을 돌아다니는 야만과 광기는 드물어져도 사라지지는 않으며 온순한 현대인들도 어느 순간에는 삶의 궤도를 이탈하니까. <잔존의 신호>는 온순한 현대인에게 벌어진 급격한 궤도이탈과 회복을 밀도 있게 보여주고 그 집중력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충격도 함께 제공한다. 재미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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