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괜찮은 ‘드라마’,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소설’이 될 수 있는…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손(損) 오는 날 (작가: 민진, 작품정보)
리뷰어: 소나기s, 10월 12일, 조회 37

<이 리뷰는 옳고그름을 따지는 오답노트가 아닙니다. 일개 독자의 주관적인 감상에 불과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형사물과 오컬트라는 상반되는 요소를 뒤섞는 방식이 제시된 이후로, 그 흐름 겹쳐보는 일련의 시도들을 무척 달갑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둘의 흐름은 다소 전형적인 방식으로 겹쳐진다. ‘현실’에 매몰되어 있는 경찰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을 엿보며, 점차 스며드는 방식이 흔할 것이다.

 

이 소설 또한 그 흐름을 적절하게 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상을 영유하던 인물들이 ‘주승’이라는, 누가 봐도 광인에 가까운 존재와 엮이면서 어두운 사정을 엿보게 된다는 시작점을 잘 캐치하고 있다. 무당의 핏줄이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공무원 같은 관습적인 소재와 이미지들이 반복되는 감이 있지만, 어쩌면 검증된 소재를 가져왔다는 만족스러운 변명이면 충분하리라.

 

이 소설은 여러모로 장면이 ‘시각적’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 소설에서 인상 깊다고 여길 수 있는 장면 하나하나가 ‘글’이라는 매체보다는 ‘영상’에서 시도하던 방식을 옮기고 있다는 뜻이다. 수첩에 글을 적고 보여주는 대화수단을 비롯해서, 인물들의 시야를 쫓아 고개를 돌리는 방식, 방금 봤던 인물이 잠깐 사이에 기이하게 변해 있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방식이 그러했다. 특히 주승이 귀신에 빙의되는 순간은 다분히 의도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만으로도 배우들이 눈알의 흰자를 드러내며 꺽꺽 짐승 같은 신음을 내는 여느 장면들이 그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글’이라는 틀에서 기술적인 능력을 비하할 이유는 없다. 특히 초반에 주승이 무언가를 엿보는 장면들은 짧고 간결한 문장들을 연결하며, 자세한 묘사보다는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힘쓰는 것은 백미라고 할 수 있었다. 뛰어난 속도감과 감각적인 느낌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귀신을 비롯한 미지의 존재와 연결되는 과정은 다소 과장스럽게 묘사되는 편이다. 피를 흘리고, 소리를 지르고, 기괴한 행동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떠올려보자. 그 자체의 이미지는 나쁘지 않지만, 어떤 괴이보다는 소란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호러’라는 장르에서 기대하는 무게감이 아닌, 순간적인 자극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가 호러를 다루는 방식은 시각화되는 영상으로는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어줘야 할 장면들이 전부 퍼뜩 스쳐가는 사건들과 소란으로 비춰지는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고 말았다.

 

즉, 이 작품은 ‘소설’보다는 영상화를 위한 ‘시나리오’에 걸맞은 향내를 풍기고 있다. 많은 장면들은 현대 괴기 드라마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며, 인물의 배치와 장면의 나열은 소설적 묘사보다, 씬(scene)에 대한 ‘연출’에 가까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흐름을 가정한다면, 빠르게 전환되는 인물과 장면들도 일종의 씬(scene)의 전환으로 본다면 납득이 되곤 한다. 그렇다보니 짧고 속도감 있는 문장들도 간혹 배우들에 대한 연기지시로 느껴질 정도로 글맛이 떨어질 때가 있었다.

 

물론 앞서 말한 것들은, 이 작품이 ‘호러’가 아닌, ‘호러소설’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생기는 호불호일 뿐이다. 만약 ‘호러소설’이라는 장르를 한 꺼풀 거둬내고 보면, 작가가 조형하는 인물들의 어우러짐이 상당히 매력적인 건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오히려 번뜩이는 것은 인물들이 수사하는 ‘추리’ 파트 쪽이었다.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정보를 모으며, 사건의 진상을 캐내는 과정들은 정석적인 드라마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때로는 길이 어긋나고, 때로는 모험을 감행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쾌감을 분명히 전해주고 있다. 어쩌면 그 ‘추리’ 파트에서 보이는 인물의 행동들이 다소 정형화되었다는 비판은 있겠으나, 그 정형화 된 것을 잘 살려놓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의 모양새가 그럴 듯해졌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앞선 이야기를 다소 수습하자면, 이 소설은 재미있다. 사건이 흥미롭고, 인물은 생동감이 있으며, 깔끔한 문체 덕에 걸리는 구석이 거의 없었다. 도발적인 모험보다는 영상물에서 응용되던 이미지를 빌려온 점이 아쉽긴 하나, 그 또한 누군가에게는 소설의 틀을 벗어난 장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모든 것들은 작가가 조형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거지 ‘공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본인은 이 작품을 재밌게 읽었다. 그래서 아쉬움도 있었다. 호러소설이라는 장르에 큰 애정을 갖고 있기에, 이 소설에서 보이는 안정감에 오히려 쓴맛이 돌 때도 많았다. 현실에서 벗어나는 일상을 포착하는데, 그 장면들이 오히려 익숙하게 다가온다는 것은 이 작품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에서 도발적인 모험이 필요한 파트들이 전부 정제된 흐름을 타는 데에 그친다는 것 또한, ‘오컬트 수사물’ 혹은 ‘호러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다소 회의적인 편이다.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오컬트 수사물, 누군가에게는 여느 느낌표가 부족하던 한국식 드라마가 될 수 있을 ‘손(損) 오는 길’ 그 리뷰를 엉성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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