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아영 씨가 어그로 제목을 써서 인터넷에 올렸다고 해도 그럴 듯할 것 같아서 제 리뷰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그럴 듯한가요? 사실 좋아하는 영상의 패러디예요.
처음엔 그냥 그 시절 화공과인데도 부자가 되지 못한 할아버지의 그럴 만한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잡지 제목부터 그렇고, 만드는 과정도 대충인데 가격은 또 무슨 10년 뒤 물가로 책정해서 이걸 구독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신기했으니까요. 세상엔 이해 안 가는 일에 꽤 큰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고, 이것도 그런 일 중 하나려니 했죠. 아영 씨의 방의 모든 곳에 구멍이 생기기 전까지는요.
이거 진짜 영상으로는 못 만들겠다 싶다가도 오히려 오감이 모두 화면 너머에 있는 매체니 딱이지 않을까 생각을 바꿨지만 그래도 역시 화면 가득 화난 아저씨가 있는 건 너무 시각적 폭력이라 안 되겠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어요… 하지만 그런 아저씨들을 푹푹펑펑하니 괜찮지 않나요? 하고 들어줄 사람도 없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습니다. 아영 씨가 피에 푹 젖은 모습이 꼭 상영 시간 내내 괴롭힘받던 주인공이 결말 즈음에 모두 죽여 버리는 공포영화 같았거든요…
그러고 끝났으면 개운했다! 나쁜 놈들을 혼내줬다! 이제 편하게 두 다리 뻗고 잘 거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그 직후에 아이 귀신한테 하는 말도 그렇고 다른 사람을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아무리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퇴마철이 있다고 해도, 베개를 눈물로 적시며 간신히 버텨온 그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것과 마주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잖아요. 철이 오래 간다 해도 81년에 만들었으니 할아버지 방에 있는 게 전부일 텐데, 그걸 더 휘두르려는 아영 씨를 어떻게 우러러보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아마 겪어 본 사람이어서 그럴 수 있고, 어쩌면 이게 할아버지가 아영 씨를 선택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잡지 발행도 퇴마도 처음이지만, 누구보다도 세상 구석에서 혼자 받는 고통에 관해 잘 아는 영웅이 태어난 순간을 목격한 것 같았어요.
그나저나 연재는 생각 없으신가요? 첫 의뢰인을 비자발적으로 고용하고 비협조적이던 대장장이의 후손과 협력해 악귀 대마왕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몇 년이 흘러 위기가 닥쳤을 때 딱 맞게 꿈속의 할아버지가 조언하고 모두의 힘을 모아 질은 훨씬 좋아도 짝퉁인 월간지를 폐간시키는 결말을 본 것 같은데요…
아! 정말 악귀 대마왕이 지배하는 세상에선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네요!
그러니 오늘도 세상 어딘가에서 힘내고 있을 아영 씨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