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마지막 구독자가 구독을 끊었어. 딱 한 명 남은 구독자였는데 말이야. 광고주는 진즉에 멸종했고. 나 이 잡지사 사장이거든. 솔직히 말해도 될까? 사실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확실히 다행인 거야. 이 망할 잡지를 폐간 시킬 수 있잖아.
난 잡지 편집일도 했어. 마케터, 기자, 디자이너 그 외에 잡다한 일 혼자 다했지. 그래, 아무도 안 보는 잡지 나 혼자 만들었었다고.
잡지사는 우리 할아버지가 1981년에 처음 발행했어. 4년 전에 돌아가시면서 당시 대학 2학년이었던 나한테 물려준 거야. 할아버지가 역술인은 아니었어. 1960년대에 화공과를 나온 이과 원조였다고. 그런 말이 있었대. 60년대에 화공과 졸업한 사람 중에 부자 안 된 사람 없다. 딱 한 사람 있잖아. 우리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그랬어. 사람들 뒤통수 뒤에 뭐가 보인다고. 그렇다고 낙오자고 백수고 뭐 그랬던 건 아냐. 할아버지는 공무원이었어. 발전소에서 일했지. 멀쩡하게 공무원 생활 잘 하셨고 퇴직도 명예롭게 했는데 틈만 나면 초현실과 신비주의에 몰두 하셨던 것이지. 그래서 몰래 잡지까지 창간한 거야. 뭐 퇴직 전까진 친구들 이름 빌려서 했다고 해.
처음엔 꽤 호응이 좋았나봐. 할아버지가 제일 자랑했던 건 당시 육 천 이백부가 팔린 1986년 봄 호야. 우리 집 전설이지. 유리 액자에 잘 모셔져 있어. 잡지 표지에는 흰 도복을 입고 앉아서 하늘을 나는 장발 중년 남자 사진이 있고 그 위에 큰 검정색 궁서체로
‘단’ 전 세계 지성인들을 놀라게 할 내공 초능력!
이라고 돼 있어. 아랫줄에는 빨간색 고딕체로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초단기에 끝낼 수 있는 수련법 전격 수록!’
이렇게 써져있고. 그 당시 이런 거 인쇄하려면 돈도 많이 들었대. 그때는 광고주도 많았나 봐. 할아버지는 발명품도 만들어 팔았어. ‘전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묘 자리 감별기’. 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퇴마 철’ 등 이야. 할아버지가 특별히 기를 넣은 쇠꼬챙들이지. 근데 신기한 게, 진짜 물건을 사거나 수련법을 따라한 사람들이 많았나봐. 왜 잘 안 되냐고 따지려고 전화하는 사람들이 있었대 글쎄. 답은 정해져 있었지. 당신이 제대로 안 해서 그렇다. 더 최선을 다해 기를 끌어 모아라. 더 집중하시라. 절실함이 없는데 단전이 열릴 리가 있나? 지금 전화할 기운으로 믿음을 가지고 수련해라. 뭐 이런 말. 그럼 또 그 게 먹혔나봐.
이 잡지가 좀 팔린다는 소문이 나니까 잡지 진짜 발행인이 할아버지라는 걸 안 국정원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