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이야기, 미스터리 – 『불사자의 노래』의 대중적 감각과 장르의 구조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불사자의 노래 (작가: 화전민, 작품정보)
리뷰어: Suburb, 8월 2일, 조회 40

‘불사자는 노래하는 것에 의해 파괴되고, 노래하는 것에 의해 구원받으리라.’

– ‘불사자의 노래에 관한 이야기’

거창하게 썼지만 20매조차 되지 않는 짧은 글입니다.

 

0. 흡사 파일럿 에피소드 같은

마법사이자 대학생인 ‘리우 버드송’은 ‘마이어 교수’에게 노래로 된 주문을 보이다 낙제점을 받을 위기에 처한다. (거의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리우의 마법은 차라리 음유시인의 방식에 더 가까운 마법이었고, 교수는 당연히 그를 무시하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가 습격당하는 사건이 벌어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러한이 구조는 소설의 성격을 암시한다. 소설은, 눈에 띄는 설정과 캐릭터를 간결한 문체로 차근차근 스토리를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큰 주제를 전달하고 싶어하거나 철학적인 의제보다, 장면 순간순간의 짜릿함과 캐릭터성이 주고받는 작용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소설보다는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파일럿 에피소드의 호흡을 구사하고 있다. 중편소설(Novella)이 가장 잘 전개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런 유형이지 않나 싶고, 작가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1.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이중주

『불사자의 노래』는 ‘판타지’라고 하는 장르의 외피를 쓰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주인공 ‘리우’를 중심으로, 핵심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불사자의 노래’를 쫓아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장르의 영향이 짙어 보인다. 캐릭터 구성도, 얼핏 보면 ‘왓슨’에 해당하는 ‘리우’와 특별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셜록형 인물’에 가까운 ‘산티아고’의 버디물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나 이 작품을  ‘판타지의 탈을 쓴 미스터리물’이나 ‘셜록홈즈의 되풀이’라고 단언하지는 않겠다. 성급한 판단이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마지막에 해결하는 것은 특출난 탐정 캐릭터이지 평범한 화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리우’이고 산티아고는 사실 조력자에 더 가까운 모양새이다. (이중 주인공 체제라고 하는 것이 제일 나을 것 같다.)

2. 과거의 고독한 영웅과 현대의 독자 – 호미르와 리우

‘불사자의 노래가 무엇’인지, ‘불사자의 노래가 교수 피습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쫓는 과정은 미스터리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판타지가 어느 부분에 해당할까. 그것은 바로 ‘노래=이야기’이자 ‘불사’라고 하는 소재 자체이다. 이 작품의 중후반부에서 밝혀지는 사실에 의하면, 교수를 습격한 범인은 ‘노래’를 매개로 전달된 마법이며, 그것은 ‘불사자의 노래’라고 하는 노래다.

옛 영웅 ‘호미르’가 직접 부른 노래인 ‘불사자의 노래’는 고독함에 관한 노래다. 또한 죽지 못하기 때문에 영원히 홀로인 사람이자 영웅인 ‘호미르’의 처지이기도 하다. 이 고독한 노래인 ‘불사자의 노래’라는 소재와 ‘호미르’라는 영웅의 이름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기억’이고, 둘째는 ‘고독’이다. 전자는 이야기 속에서 직접적인 회상으로서 제시되고, 후자는 그 이야기 속에 담겨 있는 감정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을 결합하는 ‘노래≒이야기’이다.

소설의 주인공 ‘리우’는 평범한 대학생이며 마법사이다. 그런 그가 특별한 지점을 드러낼 때는, 다름 아닌 문서를 뒤지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이다. 리우는 선대의 마법사인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그와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한다. 즉, 그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자 그를 이해하는 이해자이다. 작품 내에서 ‘불사자의 노래’의 정체를 추정하고 쫓으려고 할 때, 리우만이 “그 노래는 누군가가 자기를 들어 주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리우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만들며 다른 인물들과 차별점을 만드는 부분이자, 소설에서 ‘노래≒이야기’라는 공식이 바로 성립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노래’는,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누군가가 해야 생겨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듣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호미르’라고 하는 영웅담은 계속해서 소비되어 왔지만 ‘호미르’라고 하는 실존의 고민은 누구도 듣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보인다. 정확히는 신화 속 영웅은 그 인간 실존 자체가 노래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신화의 이야기가 현현할 수 있는 세계가 판타지라면, 이 소재는 매우 판타지스럽다. 어반 판타지 골조의 정통 판타지 같다고 해야 할까.

‘리우’는 그런 ‘호미르’를 이해하려고 시도하는 능동적인 독자이자 청자이다. 작품 내의 ‘몸적인 부분’에 해당하는 산티아고가 동적인 장애물을 해결한다면, 리우는 듣는 행위로 소설 속의 장애물을 돌파해나간다. 그것은 바로 정체불명이라고 여겨졌던 호미르라는 영웅을 해체하는 행위이며, 그 이야기와 독자 자신을 병치(竝置)하는 모험이다. 작중 이러한 모험은 초현실적인, ‘불사자의 노래’의 기억을 탐험하는 장면으로 나타난다.

3. 장르의 재현, 대중적 재미

『불사자의 노래』가 재미 있는 부분은, 이러한 구조로 어렵게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논리적이고 철학적인 소재를 끌고 들어와, 대중 서사의 어법으로 재현하는 기술이 작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템포. 초중반부의 점진적인 속도가 후반부의 휘몰아치는 전개와의 속도 차이가 나서, 흐름이 조금 거칠다. 그 점을 제외한다면(심지어는 어떤 독자에게는 단점조차 아닐 것이다)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리우’라는 여주인공과 ‘산티아고’를 내세우면서 이들의 관계를 담백하게 내세운 점이 재미 있었다. 특별한 ‘설정’을 지닌 주인공인 산티아고가, (가족력은 있어도) 산티아고에 비해 평범한 ‘리우’를 만나서 사건을 해결하는 구조는 투톱 주인공 체제의 정석처럼 보인다. 이런 대중적인 코드를 재현했다는 점이 재밌었고, 이것이 바로 『불사자의 노래』를 톡톡 튀는 소설로 완성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파일럿 에피소드’ 같은 부분이 있다는 말은 장편소설로 개작할 수도 있겠다는 말도 된다. 나는 이 인물과 이야기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또 다르리라 생각한다. 중편소설로서도 상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고, 가벼움보다 조금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소설이기도 했다.


나쁘게 리뷰 쓰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장황하게 장점만 적어둔 점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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