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쿰쿰하고 오래된, 낡은 지하 공간에 조명이 켜지는 순간 그 곳은 아주 특별해졌다. 연극이란 건 기묘해서 이 하나의 공간이 방이 되기도, 성이 되기도, 들판이 되기도, 욕실이 되기도 한다. 상상을 더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공간이라 유령도 좋아하는 걸까. 연습실이자 공연장이기도 했던 아주 자그마한 소극장을 떠 올리며 소설을 읽었다.
이 소설 <유령극단>은 극단의 연습실에서 홀로 연습하다 유령들과 연기 합을 맞추게 된 ‘기현’이라는 인물과 본인이 쓴 괴기 소설이 연극화 되면서 극단을 찾아온 ‘은현’ 그리고 ‘은현’의 동료 ‘성운’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미스터리 심령 소설이다. 분량이 짧은 만큼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쉽게 말해, 기현과 만나는 유령들에겐 하나의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을 은현과 성운이 파헤쳐서 한을 풀어주는 구성이다. 세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호기심을 자아내는 연출이 좋았고, 유령의 사연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박진감 있게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극단’, ‘극장’, ‘연습실’이라는 공간 설정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림이 잘 그려져서다.
그런 만큼 아쉬웠던 건 분량이 짧아서 그러기도 하겠지만 극장, 연습실이라는 공간과 거울이라는 ‘매개체’ 그리고 유령들을 활용하여 충분히 더 무섭게, 농도 깊은 묘사도 가능할 것 같은 데 그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건이 빠르게 이어지고 단문과 대사 위주로 보여지다 보니까 ‘섬뜩함’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기 어려웠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령의 사연과 비밀을 빠르게 풀어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쉬웠다. 물론 그 한풀이가 ‘핵심’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상 반전이라는 것이 ‘큰 반전’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현이 무대에 올랐을 때의 상황 연출이라던가, 과거의 일을 조금 더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아쉬웠다.
스포가 될까 자세히는 말할 수 없지만 과거 ‘그 사건’이 일어났을 때의 상황이 유령들이 비치는 그 거울을 통해서 비춰진다던가, 조금 더 클라이막스로 몰아가는 에피소드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았다. 지금은 흥미로운 미스터리로 시작해 발빠른 수사(너무도 쉽게 풀리는 이야기)와 다소 설명적인 후일담으로 막을 내린 느낌이어서 만약 다음 편이 있다면 더 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