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비평

대상작품: 기계 인간의 삶 (작가: JIMOO, 작품정보)
리뷰어: 1648, 7월 16일, 조회 27

* 리뷰에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 전체 줄거리가 언급되니 리뷰 감상 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ai는 점점 인간처럼 되어가고, 인간은 점점 ai처럼 되어간다.

어디선가 스쳐 지나가듯 들었던 말이다.

처음 ai가 등장할 무렵에는 모방할 대상이 있어야 했다. 인간의 사고과정을 예시로 던져주면, ai는 그 과정을 따라하며 추론과정을 학습했다. 정보를 습득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학습을 거듭한 결과, 이제 ai는 인간이라는 모방 대상 없이도 지시받은 작업을 수행할 줄 안다.

반면 인간은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사유할 줄 아는 존재임을 천명하며 스스로를 동물과는 다르다고 선언한 이 존재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중 유일하게 지성을 지녔다며 자화자찬하던 이 존재가, 이제는 ai의 알고리즘 앞에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있다.

두 존재를 놓고 비교한 짧은 문장에는 이와 같은 긴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ai가 정말로 ‘인간과 같은’ 사유를 할 줄 아는가? 아직 현 기술로는 증명된 바가 없지만, 어느 날 갑자기 ai가 사유하는 자신을 자각한다면 스스로를 인간이라 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보를 스스로 긁어모아 그로부터 유효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이성적인 사고과정이라면, 그리고 이것이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면, 대체 ai와 인간의 차이는 뭔가?

자신을 인간이라 착각하는 ai의 혼란을 읽어내려갈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의문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ai의 정체가 드러나는 결말 부분에서 속된 말로 작가에게 한 대 맞은 듯했다. 이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했다면, 그건 인간임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일까.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ai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인간 또한 나올 법하겠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예상치 못한 반전에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토리가 주인공(?)의 독백으로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일장 참여작이라는 특수성 때문이겠지만… 인간임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나타내보였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이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모든 작가들에게는 고역일 것이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리라. 하지만 그런 아쉬움이 들 정도로 멋진 글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작가에게 멋진 한 편의 이야기를 기대해보고 싶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