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소재가 독특하고 참신해서 클릭했다. 게다가 한해 두해 나이가 먹어가면서 필연적으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 관련 정보를 접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경매”라는 키워드에 두 눈이 번쩍 뜨인 것도 사실이다.
후기를 쓰고 있는 현재는 ‘천안 다가구 경매사건’ 에피소드가 브릿G에 13화까지 올라와 있는데, 주거복지공단에서 일하는 이진표 대리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주거복지공단은 정부에서 민간기업과 공기업을 통폐합하여 새로 설립한 공공기관으로, 공공 또는 민간에서 공급한 임대주택의 공급 및 관리, 일반인 주택 소유자와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그 주택을 다시 공단이 선정한 주거취약자에게 재임대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라고 한다.
이쯤에서 주거복지공단이라는 기관이 실제로 있는지 검색까지 해봤다는…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는 걸 보니 작가님께서 설정하신 작품 속의 기관인 듯하다. 현실에서는 주택관리공단이 가장 비슷한 기관으로 보이는데, 소설 내용이 매우 디테일한 것으로 보아 작가님깨서 주택관리공단이나 유사한 곳에 소속되어 계시거나 그랬던 적이 있으신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다.
부끄럽지만 매일같이 쏟아지는 재테크 관련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고는 해도, 사실 경매 관련 지식이 거의 없어서 초반에는 읽는 데 좀 고생을 했다. 에피소드 제목의 ‘다가구’라는 용어만 해도, 다세대 말고도 다가구도 있기는 있는데 그 둘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기는 아는데 정확히 서로 뭐가 다른지 아직도 헷갈린다.. 이런 상태에서 글을 읽으니 처음에는 전문용어 같은 것들이 제법 많이 나와서 낑낑대며 읽었다.
하지만 조금만 참고 읽어나가다 보면, 이 소설만이 주는 특유의 스토리 전개에 빨려들어가서 나도 모르게 계속해서 다음 화를 클릭하게 된다. 그러니까 초반에 다소 전문적인 경매 용어 같은 것들을 이해해야 하는 허들이 있긴 하지만, 턱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 아주 약간의 인내심만 발휘해 읽어나가다 보면 처음 접해보는 경매 사기 스릴러라는 생소한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매일 똑같은 소재에 똑같은 스토리에 질린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질 정도다. 게다가 얼마든지 실제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어떤 의미로는 괴력난신이 등장하는 오컬트 호러보다 더 섬뜩하고 오싹해지기도 한다.
평소에 일본드라마와 일본소설을 즐겨 보는 편인데, 일본의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분이 살짝 떠오르기도 했다. 이케이도 준은 한자와 나오키라는 소설로 유명하신 작가분인데, 기업 범죄를 소재로 한 소설을 전문적으로 쓰시는 분이다. 게다가 개인적인 관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부동산 범죄나 부동산 미스터리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고 있는데, 역시나 개인적인 관심 때문에 매우 흥미로우며 매우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진표의 사건수첩 역시 다음 화 연재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범인이 과연 누구일지? 현재로서는 차장이 가장 의심스러운 인물로 작중에서는 묘사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인물을 의심하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