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감 있게 달려가는 추적극의 시작 – <쫓겨난 이들의 세계> Pilot 리뷰 감상

대상작품: 쫓겨난 이들의 세계 (작가: 구라도사, 작품정보)
리뷰어: 라니얀, 4월 26일, 조회 15

<쫓겨난 이들의 세계>가 Pilot을 지나 이제 1부를 연재 중이신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님께서 완결까지 쓰신 ‘Pilot’에 한정 지어 리뷰를 작성해 봅니다.

우선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장점은 단연 ‘몰입감’이었습니다. Pilot만 해도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이었는데도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듯이 몰입해서 쭉 읽을 수 있었습니다. 추적극 성격이 강한 스릴러 장르이다 보니 긴박한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지게 되는데, 그 순간순간의 풍경과 인물의 감정을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리듬 있게 써주셨습니다. 리듬 있다는 표현이 굉장히 애매모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뭔가 끊기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문장들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작가님의 작품 중 처음 읽어보는 작품이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독자를 글에 몰입시키는 필력은 작가님의 정말 큰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몰입감에 이어 이야기하자면, 특히 액션 장면에서 작가님의 필력이 느껴졌습니다. 액션 장면은 글로 풀어내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큼직큼직한 사건이나 행위를 서술하기보단 하나하나의 작은 움직임을 계산하고 글로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하고 독자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이해하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이 쓰신 액션 장면은 그 이미지가 그려질 정도로 잘 쓰여져 있었습니다. 무엇이 잘 쓴 것이고 무엇이 못 쓴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한다는 건 어렵지만, 독자가 액션 장면의 벽을 손쉽게 넘어갔다면 그건 잘 쓴 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이 작품의 장점으로 ‘디테일’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장편 소설인 데다 SF적인 성격을 지닌 스릴러 장르이기 때문에 굉장히 치밀한 설정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작가님께서 별도의 공지로 올리신 것처럼 이제 1부 시작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기본 틀을 디테일하게 다 만들어두셨더라고요. Pilot에 생각보다 꽤 많은 ‘캐릭터’와 한번에 이해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 있는 ‘비밀’이 나오는데, 확실하게 정하신 설정이 있다 보니 그 큰 실뭉치가 꽤 안정적으로 풀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복잡한 장르소설에서 미리 구성과 디테일을 잡아두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에서 좋았던 점을 이야기한 만큼, 마지막으로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연재를 거의 매일같이 하고 계신 게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대신 그래서인지 중간중간에 이해를 방해하는 오타(?)가 조금씩 있었습니다. “그 말에 철구의 말에 작게 미소를 짓다가 고개를 저었다.”처럼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문장이 나오면 일부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워 아쉬웠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엔 ‘원래 이런 문장이었겠다’ 하고 유추하기가 수월했지만, 어쨌든 뛰어난 몰입감의 작품이다 보니 그런 사소한 부분이 흐름을 끊어 아쉬운 점으로 꼽았습니다. 그리고 스포가 될 수 있는 엑스더스의 ‘목적’과 관련된 부분이긴 하지만, Pilot에 간음, 포르노 같은 요소가 생각보다 언급되다 보니 그 부분은 개인적인 호불호 측면에서 불호인 부분이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에 불가피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일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조금 다른 형태로 풀어내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게 약간의 아쉬움이었습니다.

몰입감 있게 잘 읽었던 작품이다 보니 그만큼 아쉬웠던 점도 조금 구체적으로 적어보았습니다. 글로 이미지를 만들어내시는 작가님의 능력을 살려 앞으로도 계속 재미있는 글을 써주시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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