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경계로 ‘도약’하기 공모(감상) 공모채택

대상작품: 추방 (작가: 적사각, 작품정보)
리뷰어: JIMOO, 3월 31일, 조회 39

돔 안의 세상에서, 경계 바깥으로 ‘도약’하는 이야기.

 [ 추방 당했죠. 바라던대로요. ]

 지구는 둥글지 않다며 바다 끝에 절벽이 있다고 믿었던 시절에 배를 타고 탐험을 나갔던 사람들. 하늘을 날고 싶던 라이트 형제. 우주의 첫발을 내딛은 인간. 그들은 두근거리고 설레기만 했을까? 폭풍우 치는 바다에 맨몸으로 절벽 다이빙하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두려움과 실패에 대한 불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도전해야만 했던 내면의 열망이 인류가 나가보지 못한 경계 바깥 세상으로 이끌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지나다니던 무성한 잡초 사이 좁은 길이 있었다. 처음에는 길이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 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고, 여러 사람이 그 발자국 흔적을 따라 걸으며, 길 비슷한 것이 만들어졌다. 저게 길이라고 알려주지 않아도 굳이 드센 풀이 있는 곳으로 불편하게 넘나드는 사람은 적다. 본능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걸었던 편한 길로 다니려 한다. 안전한 길, 생존하기 좋은 방향, 걷기 수월한 길을 선호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미쳤다고 손가락질 당했을 그들의 미친 짓이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우리의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넓어져 왔다.

인간을 닮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영혼이 깃들여져 있을지 모른다 믿는 안드로이드 로봇 드벤.

드벤은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자신을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면서도, 돔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멈추지 못한다.

[ 저마다 특기가 있지만 나는 없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지? ]

“What I am?”라는 질문을 던지던 영화 <아이로봇>의 로봇 써니가 떠오르기도 했다. 내가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꿈을 꾸고, 스스로 생각하며,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게 가능한 로봇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인간이나 다름없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특성이기도 하다. 이걸 뒤집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꿈꾸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선택할 자유를 잃어버렸다면? 나다움을 잃어버린 존재가 된 게 아닐까?

원반을 높이 들고, 바람개비를 돌려야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로봇의 배터리를 충전방식이 흥미로웠다. 특히 바람개비가 돌아가면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설명. 여기에서 말하는 ‘바람’은 그 바람이 아니지만 ‘바라고, 희망하는, 바람들이 생겨나면 행동할 수 있는 마음 에너지가 충전된다’라는 의미로도 읽혀져서 좋았다.

 

‘실패하고 상실하고 좌절한 이야기’ , ‘결실을 맺지 못한 이야기’가 ‘드벤’을 ‘바깥’으로 이끌어 내다. 

드벤의 특기는 뭘까? 새롭고 낯선 것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도약할 수 있는 힘. 오랜 시간 흩어져 있던 다른 이들의 ‘특화 목적’을 모두를 위한 ‘하나의 쓰임새’로 ‘연결’ 시킬 수 있는 힘이 아닐까? 과거에 모험을 떠났던 이들이 있다. 실패 결과로 사라져간 이들이 있었다. 그 쓰라린 경험으로 주저앉은 자가 있다. 실패했던 기록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자기 경험을 더해 생존법을 기록한 자가 있다. 실패한 자는 과거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이야기했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자란 드벤은 경계를 벗어나는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 제각기 따로, 각자 역할만으로는 부족한 부품처럼 흩어져 있던 그들의 인생에 목적과 노력이 하나하나 연결되고, 의미 있는 큰 그림으로 완성 되어 가는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철 폭풍’의 의미, 생각해 보기.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서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눈과 귀를 꽉 틀어막고 

한 걸음 한 걸음 빠져 나가는 일 뿐이야.

그곳에는 어쩌면 태양도 없고 달도 없고

방향도 없고 어떤 경우에는 제대로 된 시간조차 없어.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경계 바깥에 관심을 보이면, 

바라보기만 해도 추방당하는 돔의 규칙과 철 폭풍. 

[ 나는 돔을 등지고 ‘경계’를 바라보았다. 경계 바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만큼 화창한 날씨에도 모래 구름이 두텁게 쌓여 있었다. 모래 구름은 그칠 줄 모르는 철 폭풍의 잔해이다. ]

죽음과도 같은 어떤 고통을 통과하고 더는 일어설 수 없게 되었을 때부터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우리에게도 그 전과는 다른 ‘나’로서 ‘재조립되는 과정’이 있었다. 예전처럼 완벽하게 돌아갈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으로, 새롭게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을 배워간다.

[ 나는 철 폭풍이 다가오는 반대 사선으로 뛰었다. ]~[ 온 힘을 다해 도약했다. ]

철 폭풍을 뛰어넘기 위한 드벤의 도약이 그려진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박하고 강렬한 에너지가 굉장히 좋았다.

 

‘자유의지’와 ‘선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나는 기꺼이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스티스가 결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선택한 결정이다. ]

[ 스스로 생각해! ]

[ 우리(생략)는 명령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야. 살아있어. ]

중요한 선택의 상황이 닥쳤을 때에 모르면, 잘 안다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 막연히 순응하게 된다. 확실히 알면,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직접 부딪쳐서 부서지고 깨지면서 경계의 바깥에 무엇이 있는지 내 눈으로 보고 알아야만 한다. 그래야 세상을 바꾸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을 바꿀 수 있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안전과 생존만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리면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돔에 남을 것인가 or 경계 바깥으로 나갈 것인가

[ 던진 돌멩이는 확실히 파문을 남겼다. ]

 

W&Whale <R.P.G Shine>

(*<도약>을 읽다가 생각난  노래 가사.) 

​건조한 눈빛, 쓰디 쓴 그대의 혀, 항상 말만 앞서고 행동하진 못해. 나는 좀처럼 스스로 판단할 수 없어. 필요한 건 rocket punch. 때론 나 대신 싸워주는 로봇. 그건 말도 안 되는 만화 속 이야기. ​너의 어깨가 부서져라 부딪혀야 해. 1 & 2 & 3 & 4.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마. rocket punch generation.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you have to che che che change yourseif.

​대체 왜 그래. 뭐가 부끄럽다고. 딱딱해지는 몸짓. 빨개지는 얼굴. 삶은 언제나 그렇듯 오르막 내리막. tricky freaky break it my heart. 누가 뭐래도 무거운 신념 하나. 너의 가슴 속 깊이 못을 박아 두고. 결국 뱃머리 돌리는 건 바로 나. 캡틴 Whale.

 

*적사각 작가님 특유의 에너지가 돋보이는 다른 추천 작품. 

폭발할 것 같은 격정적인 에너지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다가 확 터져나오는 감정선이 매력적이다. 결말에서 복잡하게 교차되는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

 

<추방>처럼 차분하게 풀어나가면서 그 안에서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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