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포리고리, 그 회사에 도는 이상한 소문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창포꽃을 세 번 접으면 (작가: Xx, 작품정보)
리뷰어: 0제야, 2월 15일, 조회 41

아브라카다브라, 열려라 참깨,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이 셋은 모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주문(呪文)이다. 주문이란, 주술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외는 글귀를 의미한다. ‘주문을 왼다’라는 말을 들으면 작고 귀여운 소원을 이뤄달라고 비는 꼬마 아이부터, 세상을 손아귀에 넣으려는 마술사까지 다양한 인물이 떠오른다. 수많은 주문의 수만큼 그것을 외는 사람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주문은 보통 신비한 판타지 영화나 동화에 자주 등장한다.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주문은 해리포터 시리즈, 아라비안나이트 등의 신화나 소설로부터 시작된 것들이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자신이나 타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주문을 외면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한다. 이처럼 주문에 따라 소원이 이루어지는 상황은 대체로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현실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에서 그것이 실제로 사용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우리가 현실에서 주문을 외운다고 상상해 보자. 물론 특정 종교에서는 신께 올리는 기도의 마지막에 맺음말을 붙이거나 같은 경구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읊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소원을 이루기 위한 주문이라기보다는 신을 향한 믿음 또는 소망 자체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기도가 아닌 일상에서, 예를 들어 회사 사무실에서 업무 중에 갑자기 누군가 퇴근을 기원하는 주문을 외운다면, 그는 퇴근이 아닌 퇴사를 눈앞에 둘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당당하게 ‘코코 포리고리’라는 의문의 주문을 사내에서 외우고 다니는 직원이 있다. 이 주문에는 승진도, 월급 인상도, 원활한 이직도 아닌 ‘사랑’을 이뤄주는 기능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이 주문을 듣는 사람은 모두 특정 두 사람이 사귄다고 믿게 된다. 이를테면 직원 모두에게 이 주문을 한 번씩 외우면 내가 사내 연애를 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하게 승인된다. 나와 그가 사귀고 있음이 자연스럽게 사실화되는 것이다.

이런 신비한 주문이 실제로 있다면, 이렇게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하고 싶다면, 한 번쯤 외우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하지만 ‘코코 포리고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뜻밖의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자칫하면 아침에 뭐라도 잘못 먹은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전하고 싶다면, 아래의 절차에 잘 따라야 한다.

내가 사귀고 싶은 대상을 A라 하자. 먼저 나와 A의 연애를 믿어야 하는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 연애의 배경이 사내(社內)라고 가정했을 때, 우선 모든 사원이 나와 A의 관계를 인정하면 좋다. 그리고 부모님, 가족, 친척들이 이 관계를 인정한다면 연애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코코 포리고리 주문이 작동하려면, 상대가 나와 A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조금 까다롭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조건이다.

주문을 외울 준비가 되었으면 상대의 눈앞에서 박수를 두 번 친다. 그리고는 “아가씨가 그러는데, 나랑 그 사람이랑 사귄다더라.”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는 주문에 말려들어서 나와 A의 연애를 믿게 된다. 갑자기 남의 눈앞에 손뼉을 두 번 친다는 게 보통의 용기가 아니고서는 힘들다. 실패한다면, 상당히 난감한 분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공만 한다면, 사랑을 시작할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소문으로 사랑을 시작하는 이 소설은 고전 설화 중 ‘서동요’와 비슷한 구조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소문을 퍼뜨린다. 코코 포리고리, 코코 포리고리. 쉬지 않고 주문을 외우며 다닌다. 그렇게 여러 사람이 주문에 걸리고 나면, 이 소문이 사실이 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연애하고 싶은 상대 A 역시 나를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소문’에서 시작한 사랑이 완전할 수 있을까. 이 주문은 과연 소원을 이루어 주는 마법일까, 아니면 분위기뿐인 가짜 연애에 빠지게 하는 저주일까.

여기 실제로 코코 포리고리를 해본 사람의 증언이 있다. 물론 사실로 믿기에는 너무 가짜 같지만, 듣다 보니 왠지 그럴듯하기도 하다. 저도 모르게 밑에서 짝짝, 박수 연습을 두 번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렇게 손뼉을 치고 속삭이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코코 포리고리, 아가씨가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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