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OOO 공모(감상)

대상작품: 침대 밑 원시인과 유령 공룡 (작가: 담장, 작품정보)
리뷰어: 09book2, 2월 15일, 조회 24

왜 유령 공룡일까?

귀신들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고교 진학을 앞둔 때, 학생이라는 처지에서 입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가 가장 심화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벌써부터 경쟁으로 지쳤을 ‘나’의 심정과, 청소년 판타지 장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나’와 비슷한 존재들이 보인다면 우울을 더 심화시켰을 것이다. 공룡들이 유현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어느 곳에도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는 그를 내버려둔 이들을 투영한 게 아닐까.

 

토끼굴처럼 생긴 방문의 구멍으로 도달한 또다른 세계, 그곳으로 유현을 이끌어준 ‘원시인’은 유일하게 그를 알아보고 대화를 주고받는 인물이다.

공룡이 지배해버린 유령 세상에서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인간(유령). 공룡이 유현을 둘러싼 사회를 비유한 것이라면 원시인은 곧 유현 자신을 의미한다. 현실 속 시선이 두려웠던 나머지 그 속에서 잠시나마 자유를 얻기 위함인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그대로 내보일 수 있는 법이니까.

 

“너는 아무 것도 아니야. 너는 쓸모 없어. 쓸모 없으면 사랑받지 못해. 낙오자가 되고 싶은 거니?”

 

‘나’를 발견한 공룡은 유현이 숨겨놓았던 우울의 원인을 언급하며, 이윽고 이 세상은 유현에게 막연한 도피처가 아닌 삶과 죽음의 마지막 경계였음이 드러난다. 원시인은 유현에게 다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기회를 부여한다. 유령들의 말은 오답이며 나는 언제나 너의 곁에 있음을 알려주면서.

 

어디선가 나를 위해 유령 공룡과 싸우고 있을 원시인을 떠올리며.

 

마음 속에 수많은 서랍들을 만들어두듯, 도망칠 토끼굴도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조차도 나를 위로할 수 없을 때, 투박하고 날카로우며 동그랗고 탐스런 돌들이 모여 팔찌가 되는 것처럼, 어떤 모양의 나든 상관없으니 괜찮다고 말해주는 나의 원시인을 위해 살아가자. 언제든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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