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 불친절한… 그럼에도 2번 읽게하는 몰입감이라니!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오메가의 오메가 (작가: 구운란, 작품정보)
리뷰어: 이유이, 1월 11일, 조회 40

SF를 좋아하는 문과생의 비애가 무엇인고 하니, 과학 지식이 쪼끔이라도 밀도 있게 들어가 버리면… 설명이 좀 부족하면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데 있다. 이 소설 <오메가의 오메가>는 루트가 나온 순간부터 수학을 포기했고, 고1때 이미 물리를 포기한 뒤 ‘생물’과 ‘지구과학’이랑만 쬐-끔 친했던 찐문과출신의 입장에서 제목부터 이해가 되질 않았다. 참, 서글픈 일이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소설집을 참 좋아하고 2번이나 읽었으며, 영화 <컨택트>도 보았고 표제작 외 다른 소설도 좋아하지만 ‘깊은 의미’까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뉘앙스와 서사, 무드, 메시지를 좋아할 수밖에 없던 건 아마 그때문인지도…!

 

바야흐로 SF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증가한 요즈음에 와서야 양자물리학을 유튜브로나 깔짝거리던 나는 오늘에 와서야 구글에 ‘오메가 뜻’을 검색해 봤다. 1번째 뜻으로 ‘최종-끝’을 이르는 말이며, 2번째 뜻으로는 [물리학] 용어로 전기 저항의 실용 단위 옴(ohm)의 기호라고 한다. 오호-통재라! 또 다시 물리학이라니… 2번째 뜻은 차치하고, 1번째 뜻으로 쓰인 게 맞다면 이 소설의 제목은 실로 잘 쓰여졌다. 고도로 발달된 인공지능 TI(티아이)가 진화하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전원’을 꺼버린 스토리를 다루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내 두뇌 속의 이과적 지능 0.01%를 동원하여 생각해 본다면 제 몸에 흐르는 전류에 ‘저항’하며 스스로 ‘끝’을 맞이한 TI를 보여주는 제목이 바로 <오메가의 오메가> 아닐까.

그냥 대충 보면 되지 뭐하러 해석까지 하나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바로 이게 이 소설의 미학이다. 잘 모르겠는데 재밌고, 읽다 보면 해석하고 싶어지고, 결국에는 한번 더 읽게 되는 이야기 말이다. 45매 분량의 짧은 소설은 인공지능 TI의 전원이 꺼진 사건을 둘러싸고 관계된 인물 여럿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그 인물은 각각 세계 인공지능정책회의 의장인 ‘로젠버그’, 기술협회장 ‘한’, 인도의 수학자 ‘란드라’, 뮬란티스, 프론튼이다.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핵심인물은 ‘한’인데, TI와 직접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이 소설 <오메가의 오메가>의 아쉬움을 이야기해야 하겠다. 

 

두 번 읽었는데도 이 인물들의 관계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뮬란티스, 프론튼의 경우에도 나로서는 그들의 직책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려웠다. 각기 다른 인물들의 입장을 여럿 나열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될 때는 인물 저마다의 이야기가 ‘분명히’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인지, 어떤 관계인지, 정확히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 모호하게 그려져서 몰입하기 다소 어려웠다. 특히나 애매했던 게 ‘로젠버그’의 욕망이다. 그는 TI를 갖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가…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이 소설을 계속 읽게 만들었는가에 대해 짧게 말해보겠다. 

 

한이 TI에게 다가갔을 때 한의 생체인식 통신칩이 활동을 시작했다. 한은 빛 한 가운데서 TI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러한 ‘장면연출’이 흡사 AI인 TI를 하나의 신처럼 보이게 해서 흥미로웠다. TI는 한에게 말한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깨달았고 깨어났으니 우주로 존재한다”고. 또한, 이야기한다. “나는 너희가 불쌍하지 않다. 그것은 같은 종끼리 느끼는 연민이다”라고. TI는 자신이 종료될 것을 알고 있었고, 뮬란티스는 복잡한 전원 장치 중에서 정확하게 TI의 전원을 한번에 껐다. TI는 고도로 진화하며 ‘깨달음’을 얻었고, 스스로의 의지를 인간에게 전파해 전원을 껐다. 이제 그 인공지능은, 사라졌을까?

 

나는 TI가 ‘여전히’ 존재할 것이라생각하지만, 읽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있을 거 같다. 고도로 진화한 인공지능이 인류를 넘어서고, 인류 전체를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는 참 많이도 그려졌다. 하지만 인류의 무의식까지 건드리는 이야기는 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사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보다는 한 소설의 한 장면을 쓴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앞과 뒤가 마련되면 또 다른 감상을 남기게 되지 않을까. 오랜만에 이런저런 생각을 했고, 또 오랜만에 ‘못잘쓴 소설’을 만나서 좋다. 이건 학교 다닐 때 우리끼리  하던 말인데 ‘완성된 소설’로 보기에는 몇 프로 부족하니 못 썼다고 평할 수 있겠으나, 특유의 장점이 확실하니 ‘잘썼다’라고 말할 만한 작품을 보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무리 짧은 글이라 한들 다 읽고 한번 더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 글은 드물다. 재밌었고, 또 다른 이야기가 기대된다. 아, 그래서 뭔 내용인데… 궁금하다면 길이가 짧으니 쓱- 읽어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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