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티비 속에서 죽은 딸을 VR 공간에서 만난 한 엄마의 모습을 보며 펑펑 울었던 적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10년 전, 첫 회사에 입사한 지 2주 만에 하늘에 별이 된 할머니를 떠올렸다.
그 프로그램과 할머니를 떠올리며 막연하게 들었던 생각이 있다.
이 세상에선 만날 수 없지만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나의 수명이 깎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한 시간 아니 1분만이라도 무조건 만날 것이라고 말이다.
사람은 스스로의 선택이든, 예기치 못한 사고이든 결국엔 하늘의 별이 된다.
하지만 이 작품 속 세상은 ‘되감기’ 라는 기술로 죽은 사람을 살려
일주일 동안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트러스트 회사가 있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이 프로젝트에 신청한 은재는 당첨이 되었고
서명하지 않은 한 남자를 만나러 가는데..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묘사라고 생각한다.
입술에 머그잔을 가져갔지만 소리 나지 않은 채 마시는 남자와
처음엔 시간을 그리 끌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듯이 주문했던 물에서 커피를 달라는 은재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 두 사람의 행동과 감정, 그 공간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면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을법한 이야기인 ‘되감기 프로젝트’
하지만 돌아가신 분의 살점을 채집해야 하는 과정과 내 손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고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을 땐 마음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할 수 있다는 나의 마음만 생각했을 뿐
영원한 평온을 깬 채 살점이 뜯어지는 상처를 주고 또 다시 헤어짐을 마주해야 하는 과정에서
나의 이기심 때문에 더욱 그릇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되감기 프로젝트’ 로 인해 초래된 결과가 색다르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아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을 읽으며 많은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옳은 선택과 나쁜 선택은 없다.
하늘에 별이 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만 있을 뿐.
자석에 이끌리는 철가루처럼 달라붙은 남자의 말이 나 또한 짙은 여운으로 남아 있지만
선택받은 은재만은 아빠를 만나 후회 없이 하고 싶었던 말을 꼭 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