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타임리프도 식상하지 않다!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뒤로 가는 사람들 (작가: 타우, 작품정보)
리뷰어: 피오나79, 17년 7월, 조회 151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만한 문제이다. 그런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간이 거꾸로 흘러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어떨까.

나는 아내를 죽이고 무작정 집을 뛰쳐나왔다. 미쳐버릴 것 같은 기분에 양재천으로 내려가 숨이 차오를 때까지 달렸다. 그런데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사람들이 뒤로 걷고 잇었던 것이다. 아주머니들의 운동법이겠거니 짐작하다, 뒤로 걷기 행사라도 하나 싶었지만 자전거까지 뒤로 지나가는 걸 보고는 한순간 소름이 돋는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갔는데,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던 아내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자신을 맞이한다. 아내는 분명 죽었는데, 아무리 봐도 귀신이나 유령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내가 두 손으로 목 졸라 죽인 아내가 어떻게 멀쩡히 살아 있는 걸까.

사람들이 뒤로 걷고,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이 작품은 이제는 식상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 타임리프물이다. 타임리프, 시간을 되돌린다.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과거를 바꿀 수도 있다. 끔찍했던 그 순간을 말이다. 그런데 타임리프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이 작품, 전혀 식상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짧은 이야기지만 구성은 탄탄하고, 차근차근 쌓아 올린 공식들은 흥미롭고, 마지막 반전 역시 신선하다.

리와인드(뒤로 가는 사람들)와 시간 왜곡(역행?) 현상은 어떤 관련이 있다.
리와인드로 영향을 받는 건 한정된 공간(우리 집)과 한정된 사람(아내)이다.
5분=5시간, 7분=7시간. 리와인드 1분당 한 시간씩 과거로 돌아간다.

갑자기 사람들이 뒤로 걷기 시작하면 죽였던 아내가 되살아나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상황을 혼자 정리해보기 시작한다. 리와인드가 어떤 규칙으로 진행되는지. 한번 밖에 나갈 때마다 사건 발생 시간을 기준으로 리셋되지만, 리와인드가 일어나지 않는 순간도 있었고, 핸드폰은 그 와중에 리와인드의 영향을 받지 않는 물건이었다. 등등.. 시간 역행에 따른 상황들은 나름의 규칙성을 가지고 진행되고 있었다.

타임리프 물은 더 이상 신선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숱한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나왓으니 말이다. 애초에 ‘시간’이라는 소재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단골 소재이다. 타임리프, 타임슬립 등은 판타지 및 SF의 클리셰로, 요즘에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TV 드라마에서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초자연현상 탓에 유발되는 이 현상은 시간여행을 하게 된 맥락이나 과정을 설명하기 귀찮아하는 게으른 작가들에게 안성맞춤인 핑계꺼리이기도 해 허술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작품들도 꽤 많다. 타임슬립이나 타임리프가 그저 이야기를 강요하기 위해 과거나 미래로 가는 가상의 복선에 지나지 않다면,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논리적 설명 따위야 별 관심을 두지 않으니 말이다. 이렇게 시간을 소재로 한 작품에선 보통 알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을 거슬러 과거 또는 미래에 떨어지게 되는데, 대부분 과거로 돌아간 이가 뭔가를 변화시켜 미래를 바꾼다는 설정이 많았다. 그래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라는 아쉬움과 후회를 돌이키고 싶다는 열망이나 혹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서, 때로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 시간의 흐름 속으로 뛰어 들어간 인물들의 모험이 주된 플롯인데, 이 작품은 우발적인 살인이라는 한 가지 테마로 변주를 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재미를 주고 있으니 대단한 것 같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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