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워커’를 다시 읽지는 않았다. 왜냐면 다시 읽으면서 이 글을 적을 수 없을거 같기 때문이다. 소설 속 표현처럼 나의 사랑하는 가시처럼 나를 다시 주저 앉힐거 같기 때문이다.
1`. ’퓨처워커‘는 무엇을 주제로 하는가?
앞서서 이영도의 모든 작품은 ‘프로이트’ 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었다. ‘퓨처워커’도 똑같다. ‘드래곤라자’가 전체적인 ‘프로이트 경험’을 이야기 했다면 ‘퓨처워커는’ 그 ‘프로이트적 경험’에서도 핵심을 관통한다. 이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미, 파, 쳉, 솔로쳐, 천공의 3기사, 데스나이트, 그덴 산의 거인 모두 서로 다른 목적으로 여행하고 서로 다른 hjan을 가지고 부활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여행의 목적과 서로 다른 hjan은 사실 동일하다. 그것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그렇다면 대체 그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적과 죽은 사람이 부활케 한 hjan이 동일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을 직접 말하기 이전에 각 등장인물들이 어떤 일들을 겪는지 알아보자. 아니 이전에 ‘드래곤 라자’에 관하여 에서 다루지 않았던(사실은 귀찮았던) 유피넬과 헬카네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2.유피넬과 헬카네스?
헨드레이크 : 유피넬이 저울대를 만들고 헬카네스가 그 추를 만들었다면 나는 저울눈을 속이겠다
핸드레이크는 유피넬과 헬카네스가 뭐라고 이렇게 저울을 만들고 추를 만들고 속인다는 말인가? 이전에 핸드레이크는 ‘프로이트’라고 내가 주장했던 적이 있다.
프로이트는 이런 주장을 했다. 그의 저서 「쾌락원칙을 넘어서」에서 인간의 정신세계에는 응집과 통일을 지향하는 삶에 대한 충동과 이와 정반대로 파괴와 해체를 지향하는 죽음에 대한 충동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삶과 사랑에 대한 충동 에너지가 에로스이고, 소멸과 죽음에 대한 충동 에너지가 타나토스이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사람은 쾌락을 추구하고 불쾌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쾌락원칙이라 하였다. 쾌락은 정신 기관을 자극에서 완전히 해방시키고, 그 속에 있는 자극의 양을 일정한 수준이나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때 느낄 수 있다.
사랑의 행위(성행위)를 예로 들면, 이때 일어나는 에너지의 강화와 집중 상태인 극도의 흥분은 결국 흥분이 소멸된 상태 즉 무(無)를 위한 것이다. 무(無)로 돌아가는 무화(無化)의 결과가 쾌락이며 그것이 곧 죽음이다. 따라서 사랑의 쾌락은 죽음을 향한 충동과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수컷 거미는 교미를 한 뒤 암컷에게 잡아먹힌다. 수컷 거미는 현재의 삶과 사랑에 대한 충동을 가지면서 죽음에 대한 충동도 느낀다. 사랑의 배후에는 모든 긴장과 집중된 에너지의 소멸을 갈망하는 죽음에 대한 충동이 자리잡고 있다. 에로스와 타나토스는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 시니어매일(http://www.seniormaeil.com)
부끄럽지만 타자치기가 힘들어 인용해서 붙여넣었다.(이영도의 작품의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ctrl+v, ctrl+c.)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할 테니 지금은 그냥 이해해 달라.
유피넬은 에로스에 대응하여 조화와 삶과 사랑을 만들고 헬카네스는 타나토스에 대응하여 죽음과 혼돈을 관장한다. 핸드레이크는 그러나 완벽한 ‘프로이트’의 대체제는 아니다. 여기서 핸드레이크는 더 과감해진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삶의 충동과 죽음의 충동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긴다. 그 오만하고 치졸한 전능감은 위에서 옮겨 적은 ‘저울눈을 속이겠다’로 나타난다. 핸드레이크는 실패한다. 그러나 핸드레이크는 포기하지 않는다. 드래곤 라자에서도 계속해서 ‘무의식’을 아니 블랙드래곤을 다루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핸드레이크에게 hjan은 존재하지 않는다.
3.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나무위키에 따르면 과거에 경험했던 공포와 같은 순간이 다시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으로 정신적 외상의 의미가 있다. 고 서술되어 있다. 이영도 작가는 이렇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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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케이트 데솔로」
「예」
「레이디 케이트 데솔로」
「말씀하세요, 딤라이트 경」
「슬픈 추억은 발바닥에 꽂힌 가시 같은 것입니다」
다행히도 키티는 폭소를 터뜨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불행히도, 키티가 폭소를 터뜨리지 않았기에 딤라이트는 끝까지 말할 자신을 얻었다. 딤라이트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뽑기 힘든 가시 말입니다. 그것은 움직이지 않으면 아프지 않습니다. 괜스레 건드리면 아프지요. 조심스럽게 걸으면 아프지 않습니다. 끝까지 걸어갈 수도 있습니다」
「딤라이트 경……. 가시요? 」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가시를 빼서 어깨 너머로 집어던지고 끝까지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 가시마저도 사랑하기에 뽑지 못합니다. 그럴바에는,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끝까지 걸어가야 합니다. 발이 아파서 중간에 주저앉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키티의 눈망울이 아롱거렸다. 이 커다란 남자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딤라이트는 눈을 내리감으며 말했다.
「레이디 케이트 데솔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딤라이트는 손을 폈다. 그의 커다란 손에 쥐어져 있던 키티의 작은 손은 발갛게 물들었고, 그 손등 위로 땀방울이 몇 개 반짝이고 있었다. 딤라이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 손등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소금기와 옅은 먼지 냄새가 풍겨왔다. 딤라이트는 키티의 손등에 키스했다,
키티는 일어서는 딤라이트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다리가 긴 남자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딤라이트가 일어나는 동작은 빨랐다. 같은 속도로 움직여도 빠르게 느껴지는, 그래서 쉽게 떠나가버리는 것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딤라이트는 일어섰다. 그리고 그가 몸을 돌리면서 살짝 일어난 커다란 망토가 키티의 시야를 가득 메워버렸다. 한 순간 그녀의 눈앞엔 물결치는 망토 뿐이었다. 그래서 키티가 딤라이트의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이미 한참이나 먼 곳을 걸어가고 있었다. 키티는 까닭 없이 울고 싶어졌다. 그리고 아직 자제력을 배우지 못한 소녀답게, 키티는 마음놓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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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적 외상기억(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관한 실로 훌륭한 명문이라 할 수 있다. ‘퓨처 워커’ 에 나오는 두 아동 아일페사스와, 키티.. 이 중 키티는 이렇게 외상기억:트라우마가 잡히게 된다. 한 정신과 의사는 ‘인간은 누구나 트라우마가 있다’는 말로.. 이런 상처들이 피할 수 없다고 이야기 했다. 난 동의한다. 작가 이영도 키티와 딤라이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런 상처들 트라우마를 주고 받는 모습은 피할 수 없음을 이야기 한다. 우리 인생에서는 ‘사랑’을주고 받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트라우마를 주고 받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그게 인생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도 주고 받을 수 없는 트라우마.. 그의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트라우마가 남더라도 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은 하슬러가 돌맨(처자식의 원수인 할슈타일의 양자)를 돌보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제레인트 침버는 이것에 대해 용서야말로 가장 큰 복수라고 했다. 다시 말하지만 트라우마는 피할 수 없다.
듣고 갈 음악 : 이소라 바람이 분다(https://www.youtube.com/watch?v=Fk__GLYSFMw)
추억은 다르게 적히는 법이다. 아니 트라우마는 다르게 적히는 법이다.
4. ‘퓨처워커’에서는 누가 트라우마를 겪었는가?
사실 이영도 작품에 나온 모든 등장인물이 트라우마를 겪은 혹은 겪는중인 인물이라 보여진다. 그중에서도 이 작품 그리고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아일페사스, 키티, 솔로쳐, 천공의 3기사, 미, 파, 쳉, 신차이, 신스라이프, 그덴 산의 거인..(여기까지 하자.. 너무 길다.)
이 사람들은 모두 hjan을 가지고 있다. hjan이란 ‘퓨처워커’의 죽은자가 돌아오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설정이다. 어? 그런데 죽은자가 돌아오는 거랑 관련있는 사람인데 왜 살아있는 사람이 hjan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hjan은 무엇인가?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눈치 챘겠지만.. hjan == 트라우마 라는 도식이 성립한다.(고 나는 주장한다.) 우선 죽은 자들의 hjan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5. 죽은 자들의 hjan == 트라우마
솔로쳐, 천공의 3기사, 그덴 산의 거인, 데스나이트, 그리고 신스라이프 등이 hjan을 가지고 부활한다. 구체적으로 인물별로 살펴보자.
1) 솔로쳐 : 무지개의 솔로쳐. 퓨처워커에서 되살아난 바이서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대마법사의 제자. 클래스 9의 익스퍼트, 무지개에 박혀있는 7개의 링. 사람들이 아무리 본인을 추앙해도 본인의 가지고 있는 hjan == 트라우마, ‘나는 스승보다 못하다.’ 는 생각에 짓눌려 부활한다.
2) 천공의 3기사 : 콜로넬 계곡에 나타난 100명의 데스 나이트에 맞서 싸운 일스 출신의 세 기사(디바인 파워는 쓰지 못하는..) . 그리폰과 와이번과 페가수스를 타고 다닌다. 그들이 부활한 이유는 젊은 나이에 죽었던 것도, 데스 나이트와 싸우기 위해서였던 것도 아니다. hjan == 트라우마, 그냥 드넓은 하늘을 다시 날아보고 싶었던 그 열망에 부활한다.
3) 그덴 산의 거인 :
그덴산의 거인은 우타크와 차넬에게 속아서 쓰러진 탓에 hjan == 트라우마가 남아 루트에리노에게 복수하고자 부활한다. 그리고 그덴산에서 죽고자 부활한다.
4) 데스 나이트 : 다음에 이야기 하자.(귀찮은게 아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에 관하여를 이야기할 때 그덴산의 거인과 같이 이야기 하자.
5) 신스 라이프(1) : 고양이와 꿈의 콜리 교단을 먼저 이야기 하자. 대체 왜? 라고 궁금해 하겠지. ‘드래곤 라자’ 세계관이 ‘프로이트 사가’라는데 동의한다면 내가 생각한 고양이와 꿈의 콜리 교단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듯 하다.
칼 융은 프로이트의 수제자를 자청한 ‘분석심리학’을 창시한 사람이다. 전에 이야기했지만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을 창시했다. 프로이트는 내심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융에게 ‘정신분석학’을 이어 받아주길 바랬지만 융은 이를 거부하고 프로이트는 융에게 ‘배신’당했다. 그 후 프로이트의 후학들은 신프로이트학파의 대표적인 칼 융에게 거리를 두었고 칼 융은 정신의학계에서 주류에서 밀려나게 된다.(주류가 아니라는거지 쓰이지 않는다는게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임상 정신분석의들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정도만 그리고 코헛의 ‘자기심리학’ 정도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임상의분들 중에서도 ‘분석심리학’을 수련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는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자.)
이런 칼 융은 ‘꿈’을 중요하게 생각했다.(사실 프로이트도 중요하게 생각하긴 했다. 지금은 융만 그렇다고 하자.) 꿈이 무엇인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잘 때 꾸는 것. 나무위키에서는 -잠을 자고 있는 수면 중에 뇌의 일부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기억이나 정보를 무작위로 자동 재생하는 것이다. 잠꼬대는 수면 중 뇌의 일부가 깨어있어 일어나는 현상이다. – 라고 이야기 한다.
위 링크에 있는 기사에 따르면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각성 시에 의식적으로 회피하려 했던 ‘억압된 기억’은 다른 기억이나 경험보다 꿈에 등장할 확률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와, ‘의도적으로 억제된 기억들이 꿈속에서 다시 등장한다’는 프로이트의 꿈 이론이 (그동안의 비판에 비해) 꿈의 메커니즘을 비교적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재평가도 있다.# 실제로 특정한 사고나 행동을 회피하는 강박장애 환자들은 꿈 속에서 그 사고나 행동을 경험하는 사례가 많다. – 라고 나무위키에 적혀있다.(감사해요 나무위키.)
꿈은 구조가 특이하다. 과거에 했던 경험들이 현재 자는 도중에 무의식적으로 재생이 된다. 즉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진행된다. 다분히 판타지 적이다. 의식이 개입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내가 그동안 감추고 싶었던 것을 드러낸다.
이런 역사를 가진 콜리의 교단이기에 ‘프로이트 세계관’에서는.. 아니 무의식의 아버지를 원형으로 여기고 마음속에 품고 숨기는 ‘바이서스 왕국’에게는 무의식을 마음껏 드러내는 콜리의 교단이 마음에 들지 않을 터.. 콜리의 프리스트들이 북방의 호족들과 결탁하는게 괜히 하는게 아니다. ‘바이서스’를 아니 ‘프로이트’를 전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스라이프 그렇게 모든 기억들을 현재에 끌어모아 ‘꿈’을 꾸게 하는데 성공한 사람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무의식’을 다루고자 했던 ‘드래곤 라자’의 빌런(후작과 핸드레이크 )들과 구별된다.
너무 길어서 다음에 ‘퓨처워커’에 관하여(2)를 이어서 적겠다. 거기서는 다시 살아있는 자의 hjan==트라우마인 미파쳉을 이야기하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