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 읽기 전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 내용의 차이?
A.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 배경의 좀비 장르 소설로 알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단편소설 정도로 길지 않은 작품이라 과연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궁금했는데, 짧은 글 한 편에서도 주인공에 대한 감정 이입, 사건의 복선 묘사, 완전한 기승전결을 느끼고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몰입도 있게 잘 읽히는 소설이었어요.
Q.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
A. 제목 “기항지”는 ‘선박이 항해하다가 머무는 항구’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즉 기항지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곳은 배를 타고 오는 그 누구라도 올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강점기이기에, 작품 속 기항지 마을에는 이미 왜인, 즉 일본인들이 한 곳에 마을을 이루어 지내고 있습니다. 조선인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던 마을에 외부인인 일본인이 섞여 지내며 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배를 타고 오는 알 수 없는, 초대받지 않은 양인들 또한 이곳에 닿게 됩니다. 그렇게 또 다른 존재들이 이 마을에 섞여 지내게 되는 것이죠. 두 번째로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곳의 배경이 바닷마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인 아낙이 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멸치를 푸는 일입니다. 덕분에 그녀의 몸에서는 늘 멸치 젓갈, 비린내가 끊일 날이 없었죠. 이러한 조건과 배경은 작품 후반부에 가면 그 진면목이 드러나는데,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문장 하나 하나 놓칠 부분이 없었습니다.
제사상에도 올라가지 못할 정도로 천한 대접을 받지만 결국 한 마을을 먹여살리는 멸치처럼 주인공 아낙은 집에서 멸치보다 못한 대접을 받지만 이 집에서 일을 하는 자는 며느리인 이 아낙 한 명이 전부인듯 했습니다. 무능하고 이기적인 남편과 인정머리 없는 시모 사이에서 고통을 받으며 살고 있는 그 시댁이 세상의 전부였던 주인공은 결국 새로운 사건이 생겨 모든 것이 끝나버릴 위기에 처함으로써 그제야 진정한 자신의 것들을 찾게 되는듯 보였죠. 그녀는 새로운 무리를 찾아 떠나는 한 마리의 멸치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뱃속에 자라고 있는 자신의 아이와 함께 말이죠. 작품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앞으로의 아낙을 응원하게 됩니다. 마을의 입장에서 본다면 재난일 수밖에 없지만, 사실 아낙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간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그런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Q. 책의 미래 독자에게
A. 재밌게 읽었고, 주인공에게 많이 공감하게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읽어보는 전지적 작가시점의 소설이라 또 독특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좀비물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도, 이 작품은 좀비 그 자체보다는 좀비로 인해, 즉 재난과 같은 상황으로 인해 나타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서술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아낙에게 많은 감정을 이입하며 소설을 끝까지 몰입도 있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