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을 놓지 않는 현대판 우화 의뢰(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분실물 (작가: 김은애, 작품정보)
리뷰어: 적사각, 23년 11월, 조회 53

 *본 감상평은 작품을 전반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작품을 읽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어떻게 행동하세요?

 밝히기 무척 부끄럽지만 저는 사소한 것이라도 제 물건을 잃어버리면 찾을 때까지 잠을 못 잘 정도로 쪼잔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잃어버린 (것 같은) 물건엔 절대 손을 대지 않습니다. 누가 훔쳐서 버려두었든 까먹고 챙기는 걸 잊어버렸든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물건이 땅에 떨어져 있든 말이죠. 왜냐하면 분실물의 주인의 마음이 저와 같지 않을까 싶어서 입니다.

 작품의 ‘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대실비 오만원을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넣을 정도로 범죄에 무감각합니다. 오히려 직원 복지라고 생각하죠. 분실물을 가져가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깁니다. 사건에 직접적으로 휘말리는 건 아니지만 사건에 연루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분실물을 챙겼을 뿐인데 말이죠.

 여기서 작품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앞서 설명한 ‘나’의 사소한 행동과 현재가 얽히면서 극의 긴장감을 높여줍니다. 호텔 주변에 일어난 살인 사건이며 분실물을 찾으러 온 남자. 그리고 그 남자는 연락처를 남기기를 거부합니다. 거기에 호텔에서 일어나는 정체 모를 여자의 등장. ‘나’는 수선한 분실물을 버리려고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바쁠 때는 주위도 도와주지도 않습니다. 세탁소가 전화를 안 받습니다. 호텔에는 이상한 인물이 나타나기도 하죠. ‘나’의 고군분투로 애써 수선한 분실물을 버립니다. 다음날엔 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나’를 긴장하게 만든 남자가 범인은 아니었지만 버린 분실물도 없어졌고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안도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죠.

 필자는 본 작품을 우화처럼 읽었습니다. 나쁜 짓을 하면 대가를 치룬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피해 입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말이죠. ‘나’가 변을 당했다는 묘사는 없지만 필자는 변을 당했다고 받아들였습니다. ‘나’가 딱히 악행을 저지른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호텔 주인은 매달 이십만원씩 덜 버는 셈이겠지만 ‘나’의 말처럼 직원 복지를 위해 나갔다고 생각하면 그리 큰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분실물 불법 취득도 마찬가지입니다. 잃어버린 사람은 똥 밟았다고 생각하면 아무도 피해 입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건 죄를 저지른 범법자—‘나’에게 유리한 해석입니다. 도둑질은 명백히 나쁜 짓입니다. 피해 정도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혹자는 ‘나’가 저지른 죄에 비해 큰 값을 치루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텔 주인에게 걸려서 일자리를 잃는 정도가 적당한 죗값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죄를 짓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대실비와 분실물을 훔치지 않아도 되었죠. 모두 ‘나’가 ‘선택’한 것입니다. 선택에는 언제나 결과가 따라오고 그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작품은 이 메시지를 분위기를 살리고 템포를 늦추지 않고 독자에게 충분하고 충실하게 전달합니다. 간만에 숨 죽이면서 읽었습니다. 재밌습니다!

 감상평을 마무리 짓기 앞서 작품을 읽으면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아 몇 자 더 적어요. 사소한 부분이라 이런 독자도 있구나 아량 넓게 이해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모텔처럼 보이는데 호텔이라고 부르는 점에서 갸우뚱 했습니다. 만약 모텔인데 이름만 호텔이라면 그것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허름한데 이름만 호텔이고 그래서 서비스나 직원 복지가 좋지 못하다거나 하는 ‘나’가 대실비를 훔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 싶어요. 대실비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장면도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카드 이용이 잦아 현금으로 지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기로 연락처를 받는 부분도 그렇습니다. 호텔이라면 전자기기로 입력하는 장면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어요. 만약 시대 상이 현재보다 조금 앞선 시대라면 그것을 유추할 수있는 힌트가 있었으면 합니다.

 앞부분에서 손님을 받는 장면과 ‘나’가 분실물을 불법 취득하는 장면이 붙어있어 방금 계산한 사람이 잃어버린 물건을 훔친 건지 원래 쌓여있는 분실물을 훔친 건지 조금 헷갈렸습니다. 그리고 그 분실물이 셔츠라는 것과 비싼 옷이라는 묘사가 있었다면 곧바로 분실물을 찾으러 나올 인물의 대사와 연결 짓기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남방을 찾는 사람의 영문 모를 절박함이 더 드러났으면 더 수상했을 것 같아요. 지금도 극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데 충분하지만 그러면 독자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헷갈려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은애 작가님의 작품들은 길이가 그리 길지 않지만 전부 흡입력이 있어 금방 읽힙니다. 단순히 길이 문제가 아니라 몰입력이 있어요. 아마 작가님의 작품을 읽은 분들이라면 분명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감상평을 남긴 ‘분실물’도 그러합니다. 제목에서 분실물로 인해 사건이 일어나겠구나 유추할 수 있지만—제목으로 작품을 필사적으로 연관 짓는 필자로선 살짝 아쉬운 부분(?)— 이정도로 사건을 얽히고 긴장감을 높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

 ps. 작가님이 의뢰를 주셔서 리뷰는 처음이라 책임감이 더욱 생겼습니다. 바라던 리뷰라기 보단 감상평이지만사실 걱정이 됩니다. 너무 단편적인 부분만 나열한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고 깊이 들어가지 못하는 필자의 얕은 문학적 소견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흥미로운 작품 기다리고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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