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다 더 소름끼치는 그 날의 사고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자의 주마등’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그러지 말았어야 했던 자의 주마등 (작가: 박길형제KJTJ, 작품정보)
리뷰어: youngeun, 23년 11월, 조회 47

음주 차량 치여 길거리 방치된 60대 父…

4차선 도로서 학원 차량에 쾅.. 만취 20대 여성 운전자 검거…

 

티비 및 라디오, 인터넷 뉴스 기사 중 빠지지 않는, 정말 꼴도 보기 싫은 사건사고가 있다.

피해자의 시간, 행복, 삶을 다 뺏어버리는 것도 모자라 남은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음주운전.

알고 싶지도 않지만 궁금하다. 음주운전 사고를 맞닥뜨린 운전자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말이다.

 

이 작품에선 음주운전 사고 발생 후를 기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차량 유리 밖에는 주황색 바탕에 빨간 무늬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쓰러져있고

그 주위로 구급차 한 대와 경찰차들,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서 있다.

주인공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도 잠시, 갑자기 사라졌다. 모두가, 흔적도 없이.

주인공이 본 건 과연 환영이었을까? 아님 사고를 마주하지 못한 주인공의 부정일까.

 

이 작품 속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은 내가 술을 마신 것처럼 정신없는 주인공의 감정에 대입된다.

‘내가 만약 가해자라면 저런 생각을 하겠지.’ 라고 생각할 만큼 사실적이고 치명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주인공의 무의식 속에서 우러나오는 말투다.

 

내 의식상으로는 대뜸 음주 측정부터 한다는 게 어이가 없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지금 나도 상태가 안 좋은 거 같은데 구급대는 뭐 신경도 안 쓰나?

 

온전히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적인 주인공의 본성일수도 있지만

시선을 처리하고 인지하는 등의 모든 운전능력을 저하시키는 음주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져 치가 떨린다.

 

주인공은 이 사고가 과거의 환영이라는 사실을 안 뒤로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현실이 아니었다는 것에 안도할까. 과거의 사건을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느꼈을까.

하지만 작품 마지막 문장엔 나의 기대마저 무너진다.

피해자의 목숨을 빼앗은 것 보다 면허를 재발급 받는 게 더 큰 일이라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음주운전 가해자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 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 중 하나이지 않을까.

 

쉼 없이 움직이는 모양 또는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장면을 기억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 주마등.

작품 제목처럼 주인공이 과거의 수많은 음주운전 장면을 기억하는 것도 있겠지만

쉼 없이 움직이는 모양처럼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는 복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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