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무엇이 눈을 뜨는 것일까.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잠들면 눈뜬다 (작가: 김종일, 작품정보)
리뷰어: 하예일, 23년 11월, 조회 41

잠들면 무엇이 눈을 뜨는 것일까.

불현듯 떠오른 질문은 글의 첫머리에 작가가 던진 고야의 말로 작은 힌트를 얻는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뜬다.”

 

주인공 무영이 보복 운전 사고를 겪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되는 충격적인 전개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마치 태풍이 휘몰아치듯 강도가 더 짙어진다.

불특정 대상을 향한 이해할 수 없는 잔인한 범죄가 연달아 일어나는데, 무엇보다 공교로운 건 범인들조차 정신을 차리고 나면 자신이 왜 그랬는지 영문을 모른다는 점이다.

범인 역시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고, 일상적인 자잘한 분노를 품었을 뿐이다. 작은 감정에 불과하던 것이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이유로 광폭하게 몸집을 부풀려 범인에게 괴력을 발휘하게 해 시비 붙은 상대를 공격하고 급기야 사망에 이르게 한다.

 

처음 본 상대임에도 단순한 시비를 넘어 폭력을 가하고 종국에는 살인까지 저지르고 마는 등장인물의 행동은 불행하게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근래 TV에서 종종 접하는 무차별 칼부림이나 폭행 뉴스로 익숙해진 탓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이야기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속에 쏙 빠져들게 되었다.

 

도대체 왜 이러나 싶은 미궁 같은 상황은 일련의 소동 속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무영과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이와 비슷한 사건을 겪고 들은 경찰 예령을 통해 독자를 향해 하나, 둘 힌트를 던진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호박 눈, 불가사의한 폭력을 가할 때 범인의 입술로 흘러나오는 흥얼거림, 연기로 묘사되는 무영만이 볼 수 있는 의문의 미아즈마, 그리고 사건 현장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검은 색 세단.

 

이야기는 어디까지 어떤 식으로 흘러갈까.

무영과 예령은 세단과 미아즈마의 정체를 알아내 앞으로 일어날 죽음을 막아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사건 현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검은 세단은 왜 이런 일을 벌이고 있을까. 그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성이 옅어질 때 그 자리를 파고들어 일어서는 괴물에 대하여 작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그 괴물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인가, 누군가의 개입으로 심어지는 것인가.

 

단순한 판타지라면 악마 같은 기이한 존재가 등장해 장난질 치듯 손가락을 까딱대며 일을 꾸미는 걸 쉽게 상상하게 된다.

‘잠들면 눈뜬다’에선 어떤 것이 나올까.

충분히 이해할 만하면서도, 나쁜 의미로 매력적인 배후 세력이나 여타의 신선한 뭔가가 등장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상상과 기대를 나도 모르게 하고 만다.

아니, 아니다.

섣부른 기대는 접고 백지상태로 작가가 던져주는 대로 일단 순수하게 작품을 즐기는(그러기엔 전개가 잔인하고 후덜덜하지만)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오늘도 나는 작가님의 업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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