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G 홈페이지에서 오늘은 어떤 작품을 읽어볼까 하고 돌아다니다가 <길몽팀 김 대리의 업무협조 보고서 – 2>를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전작이라 할 수 있는 <길몽팀 김 대리의 파견 보고서 – 1>을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던 터라, 이번엔 작가님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기대하며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했고, 역시나 이번 작품도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전작에서 꽤나 좋은 실적을 올렸던 김 대리가 유명해진 모양인지, 이번엔 다른 부서에서 업무 협조 요청까지 들어온다. 협조 요청 내용은 바로 타인의 복지를 갈취한 대상자를 색출하는 데 도움을 달라는 것. ‘다수의 꿈 훼손, 길몽 탈취, 복지 대리 수령’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이번에 김 대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데,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감탄이 나왔다. 나한테는 그저 꿈은 자고 나면 잊어버리는 것에 불과한 것인데, 꿈이라는 요소를 하나의 상품처럼 생각해서 스토리를 짜는 능력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인지. 이래서 나는 독자고 작가님은 작가님인 것이 아닐까.
이번 사건의 특이점은 타인의 꿈에 맘대로 출입할 수 있는 ‘드림 워커’가 있고, 꿈 복지를 대리 수령한 사람들이 대부분 비슷한 연령대라는 것이다. 이런 단서만 가지고 범인을 색출해낸 김 대리와 수희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대단하다 싶다가도, 결국은 월급을 받기 위해선 까라면 까야하는 직장인들의 삶이 보이는 것 같아 웃프기도 했다. (이 와중에 김 대리는 사무직이 아니라 사실은 현장직이 아니었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 건 덤이다.)
태주가 고의로 길몽을 갈취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았어도 단호하게 꿈 쇠고랑을 채우는 모습과, 그럼에도 태주가 본인의 꿈을 꾸기를 응원하는 수희의 모습을 보며 ‘꿈’이라는 단어가 가진 여러 의미들을 활용해 재밌는 이야기를 읽게 해주신 작가님께 박수를 쳐드리고 싶다.
“괜찮아. 아직 모를 뿐이야. 조바심 낼 필요도 없어. 꿈을 꾸는 것에 정해진 때는 없단다.”
“대신 자신의 꿈을 찾는 것을 포기하면 안돼. 너의 꿈을 꾸지 않고 다른 이의 꿈을 쫓아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알았지?”
수희가 쇠고랑을 채우기 전 태주에게 해주었던 말은 태주만 아니라 나에게도 위안으로 다가오는 말이었다.
마지막 대사는 타인의 길몽을 대신 수령하지 말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나에게도 내 꿈이 무엇인지, 현재 내가 꿈꾸고 있는 것이 과연 진짜 내가 원하던 것이 맞는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가진 꿈은 아닌지, 이모저모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사실은 내가 현재 꿈을 갖고 있는 것인지도.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나는 꿈이란 게 없었다. 심지어는 흔히들 꿈이라고 생각하는(그리고 꿈이 맞기도 한) 되고 싶었던 직업도 없었다. 몇몇 직종만 피할 수 있으면 좋았고, 그 외에는 어떤 직업이든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다들 갖고 있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n가지’와 같은 버킷리스트조차 없다. 진짜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요 몇 년 동안 사는 게 힘들었어서 잊고 있는 건지. 앞으로는 나의 꿈은 무엇인지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생각이다. ‘꿈을 꾸지 않는 순간부터 사람은 늙어간다’라는 말처럼 아무런 꿈 없이 일상생활만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다 보니 내 삶이 너무 무미건조해진 느낌이기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내 꿈은 건물주라는 이야기를 하긴 하는데, 이 말은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니는 꿈이다. 이 말이 그냥 농담인 것인지, 진짜로 내가 원하는 꿈인지,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나도 자연스레 거기에 동화되어 꿈이라고 말하는 것인지는 앞으로의 내가 답을 내려줄 것이다. 이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언젠간 나에게도 꿈이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나를 포함한 자신만의 꿈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그걸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