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역치가 높고 낮고의 차이만 있을 뿐, 스트레스 없이 늘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그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격렬한 운동을 할 것이고, 누구는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 것이고, 누구는 홀로 집에서 드라마를 볼 것이고, 누구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닐 것이다.
진영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타입이다. 그 중에서도 달콤하고 쫄깃한 젤리를 먹으며 기분 전환을 하는 걸 선호하는 편. 진영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시어머니에게서 온다. 아주 맵차게 시집살이를 시키는 진영의 시어머니를 보면 입맛이 쓰다. 한시라도 진영이 편하게 있는 꼴을 보지를 못하는 시어머니와, 고된 시집살이를 보고도 위로라고는 한마디도 없는 무심한 남편의 모습은 독자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선사한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결말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왜 작품 키워드에 호러라는 태그가 달려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말을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으나, 가장 집중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진영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리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스트레스를 덜 받았더라면? 결말은 좀 달라졌을까. 환각을 보더라도 식욕을 자극하는 환각말고 다른 환각을 보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젤리라는 식품으로 인해 생긴 환각•중독 증상이니만큼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만약 그랬더라면? 만약 이랬더라면?’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만큼 이 작품에 몰입해서 읽었다는 이야기겠지.
솔직히 시어머니나 남편은 별 생각이 들질 않는다. 약자의 입장에 위치한 며느리를 만만하게 보고 쥐잡듯이 잡은 시어머니는 결말이 자업자득이며, 시집살이에 별다른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 남편 또한 본인 스스로가 초래한 부분이 일정 비율 이상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단지 환각물질에 중독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른 진영과 어린 진영의 딸, 채린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된다.
진영이 부디 죗값을 치르고 나와서 마음 편한 삶을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