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기의 판소리 비평

대상작품: 천석만석 부려주소서 (작가: 한켠,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7년 7월, 조회 36

본 작품을 다 읽고 깜짝 놀라서 한켠 님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았다. 나는 기자목 님의 발언에 동조할 수 없다. 나는 이 글이 한켠 님의 목소리로 쓰여진 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부러 이런 식의 문체를 사용하고자 노력하신 거 같고, 그래서 글을 읽어내려가면서도 내가 글을 읽고 있는 것인지 판소리를 읽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한켠 님은 실력 있는 글쟁이라서, 이렇게 딱딱하고 케케묵은 문체 속에서도 위트가 녹아있다. 내가 이 글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위트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놓고 개그를 시도하지 않더라도 ‘곶감 빠지듯’ 빠져나간다는 식의 소소한 위트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나는 내가 이 단편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이 글의 문체가 너무 문어체에 옛말투인지라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또한 단어 자체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것들이 포진해 있어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뜻과 실제 그 단어의 뜻 사이에서 자주 혼란스러워 했다. 리뷰 제목이 ‘새로운 세기의 판소리’인 것도 그러한 까닭인데, 판소리를 들으면 방언처럼 들려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험을 내가 자주 했기 때문이다.

얘기를 들려주는 평이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탓에 인물들이 그놈이 그놈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큰 고난이었다. 판소리에서는 소리꾼이 제 목소리로 여러 인물을 연기하지만, 이 단편에서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캐릭터가 분별되지 않는다. 누가 누구였더라, 하는 생각이 다시 위로 돌아가서 읽어내려가는 경험이 몇 번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갑자기 예수쟁이가 튀어나오는 것도 그러했다. 개인적으로 권선징악의 스토리로 흘러갈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렇다고 이런 권선징악일 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굳이 이 스토리에 예수쟁이 스토리가 꼽사리 껴야 했던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조금 더 호러블하게 나아갔으면 어땠을까.

 

나는 김훈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흑산을 최고로 꼽는다. 흑산이 이런 문체로 쓰인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글감에는 그에 적합한 문체가 있는 거같다. 이 글도 한켠 님이 가장 편안해하는 문체로 쓰여졌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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