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는 절대 이런 스티일의 글을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임을 밝혀둡니다. 제가 자유게시판에 리뷰 받고 싶은 분 오시라고 했고 이 작가님이 거기에 첫 댓글을 달아주시지 않았다면 말이죠. 살짝 정신나간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소설들을 찾아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평소의 저라면 말입니다. 첫화에서 이미 읽기를 포기했을 거예요.
우선 이 작품은 저의 취향이 절대 아닐뿐더러 시작부터 읽기가 너무나 불편하고 1화의 구구절절한 설명에서 이미 질려버립니다. 이런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면 이건 저의 취향 문제겠죠.
암튼 이건 제 리뷰이고 다행히 작가님이 욕먹을 때 짜릿하시다고 하셨으니 실컫 제 맘껏 지적질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이렇게 해도 될까? 사실 걱정 걱정) 자 마음의 준비가 되셨는지요.
주의- 결말까지 전체 스포일러입니다.
대체 이게 뭐야? 제가 1화를 열었을 때 첫 느낌입니다.
다닥다닥 붙은 문장들에 일단 가독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이건 분명히 낯선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친절하게 설명해줘도 이해가 될까 말까 한 것을 이거 얘기했다가 저거 얘기했다가 엄청 헷갈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요리사가 잘 만들어진 요리를 내 앞에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날것의 재료들을 이것저것 늘어놓고 설명하고는 있는데 그 설명조차 불친절해서 대체 뭐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지? 헷갈리는 기분이었죠.
다시 되돌아가기를 여러 차례 하면서 알아낸 건 사실 이렇게 구구절절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은 것이었어요.
제가 이해한 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틀리다면 작가님이 부연 설명 부탁드립니다.)
은안개 – ‘은처럼 빛나고 안개처럼 가벼운 가공의 금속’이라는 각주가 붙어 있네요.
음 이걸 굳이 왜 각주로 따로 뺏을까 살짝 의문스러웠습니다. 제가 각주 보는 걸 엄청 싫어하기도 하고 문장의 맥이 끊기는 것 같아서 별로 이런 게 달린 책들을 좋아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이 왕국 자체에서도 처음 발견한 물질이었다면 굳이 각주를 쓰지 말고 문장 내에서 간단히 설명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은안개가 발견 된 왕국, 그래서 주변국들이 침공하게 됐고 또 그것만이 아니고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져 내려 불이 났군요. 게다가 용이 나타나 왕자를 납치하고 수도까지 차지해버렸다는 겁니다. 그래서 결국 왕가 사람들과 용사를 포함한 모두는 다른 곳으로 옮겨 새로운 수도를 만들었다는 게 이 왕국이 처한 현실이네요. 이 내용이 1화를 빽빽이 채우고 있어요.
그걸 읽다 보면 이 왕국이 피난 간 이유가 주변국들의 침공 때문인지 용이 나타났기 때문인지 일단 헷갈리고 하늘에서 떨어진 불덩이가 용이라는 건지 뭔지 (제가 난독증 환자인가 생각할 정도였어요.) 다시 읽어볼 수밖에 없었어요.
또 마법사들이 있는 나라라고 하는데 더구나 ‘길을 걸으면 발에 걸릴 만큼 많은 게 마법사’ 라는 표현이 나와요. 근데 왜 불은 소방관들이 끈다는 건지 싶었네요. 마법으로 불을 끄면 되잖아요. 그리고 왜 은안개를 마법사들이 옮기게 하지 않는 걸까요? 굳이 왜 용사들이 은수레를 옮기는 걸까? 마법의 힘은 돌덩이를 들어 올릴 정도뿐인가요?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굳이 마법사들을 등장시킨 이유는 뭘까요? 실제로 마법사들은 그 다음에는 다시 등장하지 않아요.
그러다가 또 왕궁 쪽에서 고블린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는군요. 아 정말 정신이 없어요. 왕국의 혼란을 그 상황의 묘사로 체감하는 게 아니라 글을 읽으면서 체감하게 되는 기묘한 상태가 돼 버립니다. 어쨌든 혼란스럽게 했으니까 성공일까요?
독특하고 흥미로운 배경이고 은안개라는 특이하고도 새로운 소재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흥미를 끌지만 좀 더 간략하게 다듬어서 올리거나 다른 방식으로 배경 설명이 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왕명을 받고 흩어진 조사단이 작성한 100여장 분량의 보고서를 세 줄로 요약할 수도 있는 작가님께서 왜 그러셨을까요?
다섯 수레 분량의 은안개면 세상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하니 은안개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설명도 꽤 깁니다.
암튼 그 은안개를 걸고 용에게 납치된 왕자를 구하라고 합니다. 왕자를 구하러 가는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아요. 부와 명예를 가질 수 있지만 또 그만큼 어려운 왕자 구하기. 동화에서 주로 보는 공주 구하는 이야기가 색다르게 왕자 구하기로 변한 것은 재치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 꼭 공주만 구하란 법 있나?
2화에서 드디어 주인공인 용사 이야기가 시작되는데요. 사관생도였을 때 대령 이야기가 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솔직히 이 얘기는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사가 하는 일이 어떤 느낌의 것인지 어떤 단체 같은 데를 졸업한 재원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넣은 이야기일까 싶지만 아무튼 이 전체적인 이야기 분위기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
아 이 이야기는 정말 저를 힘들게 하는군요.
자, 드디어 용사가 왕자를 구하러 가는군요. 용에 대해 작가님은 ‘자연재해에 더 가깝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용을 탓할 수 없다는 의미로 말이죠. 그 용은 마법을 쓰고 고블린들을 부리는 모양입니다. 붉은 용이 고블린 부대의 월급 삭감을 고민한다는 내용이 나와요.
그래도 처음 부분에서 워낙 고생을 한 터라 바짝 긴장하고 읽어서 그런지 조금 내용 이해가 빨리 되고 있긴 한데 여전히 되돌아가서 읽기는 계속 되고 있었어요. (아, 이런 독서 체험은 저한텐 무척 낯설어서)
용과 용사가 대화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뾰족귀 얘기가 나오네요. 얜 또 뭐지? 용사랑 같이 왔다는 건가? 아닌가? 읽고 보니 용의 회상 장면이었던가봐요. 그냥 편리에 따라 용사 얘기를 했다가 용의 얘기를 했다가 하네요. 독자를 헷갈리게 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이건 새로운 소설 기법인가? 수많은 젊은이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밝히고 용사의 정의로움을 부각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내용인 건 알겠는데 굳이 이렇게 표현해야 했을까요?
용과 용사의 대화에서 용사와 왕자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합니다. 아, 용사가 여자였던 거야? 또 헷갈렸네요. 아, 뭐 용사가 꼭 남자란 법은 없지. 이제 용사를 여자로 상상하며 이야기를 읽기 시작합니다.
용사는 용을 말로 설득시켜서 왕자를 만나게 되는군요. 이것도 특이하군요. 용사와 왕자가 만나는 장면부터는 좀 술술 읽히기 시작합니다. 그게 4화에요. 이 이야기는 5화에서 끝나는데 말이죠. 절반이 지나서야 술술 읽히기 시작했단 말이죠. 이 작품을 쓰신 작가님과 제가 코드가 완전 안 맞거나 제가 도태 돼 있어서 요즘 소설들은 원래 이렇게 써야만 하는데 제가 모르고 있거나 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제게 낯설었다는 얘기입니다. 혹은 작가님이 소설작법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거나 말이죠.
저는 참을성이 부족해서 4화에서나 제대로 읽히는 소설을 끝까지 읽진 못했을 거예요. 이번 기회가 다행스럽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4화 이후에 벌어질 반전을 절대 볼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전 이후에 벌어지는 반전이 좀 마음에 들었거든요.
왕자는 용사와 새로운 삶을 꿈꿉니다. 사회적 신분도 포기하고 용사와 결혼하고자 합니다. 대신들은 반대하고 있어요. 왜냐면 남자끼리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까요. 그래요. 용사는 남자였던 거예요. 불필요하게 또 오해를 한 채 소설을 읽고 있었군요. 전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사이일 거라는 전통적인 관념에 찌들어 있기 때문에 말이죠. 뭐 어쩌면 이것도 편견일 수 있죠. 동성애자 입장에서는 왕자가 공주처럼 보일 수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죽음을 각오하고 구하러 갔을 테니까요.
결국 용사를 위해 왕자의 신분을 버리려는 왕자가 짐을 싸는 장면은 눈에 그려질 만큼 생생하군요. 히파테카 고원에 멋진 집이 있고 거기서 행복하게 살자고 말하는 장면도 좋네요.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자 했으나 사람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왕자는 떠나지 못하고 용사와 왕자는 반년동안 떨어져 지냈다가 다시 만나 왕자와 용사는 결혼을 합니다. 그야말로 해핀엔딩이군요. 왕이 승하하고 왕위를 이어 받은 왕자와 함께 왕궁에서 머물던 용사는 가끔씩 정원에 나타나 거니는 붉은머리 소년을 봅니다. 붉은용은 계속 그들 곁에 가끔 나타나는가 봅니다.
정말 이곳이 이세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판타지 세계에서 꿈꿔볼 만한 이야기죠. 아직은.
대체 앞에서 그토록 혼란스럽고 산만하고 뭐가 뭐지 모르게 삐죽삐죽하던 이야기가 후반에선 어떻게 이렇듯 그림처럼 변화될 수 있는 거죠? 이건 두 개의 이야기인가요? 보석을 숨겨 두기 위해 일부러 앞에다 지뢰와 돌맹이들을 잔뜩 놓아둔 건가요? 물론 앞쪽에 비해 4, 5화가 그나마 좋다는 것이지 4, 5화가 완벽하게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거기도 다듬어야 될 필요성은 있어 보이지만 일단 수월하게 읽히고 그림처럼 눈에 떠오르고 다시 되돌아가 읽은 정도는 아니란 말입니다.
작가님은 공지에서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다고 하는데 전 나름대로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앞 부분과 뒷부분이 조화스럽지 않고 전체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구도가 아니라 기괴한 모자이크화를 보는 느낌이어서 하나하나 따로 따로 보다가 독자 스스로 알아서 조합을 해서 이해해야 하는 이야기 같단 생각이 드는군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 리뷰도 참 이상하단 생각이 드네요. 암튼 작가님의 소설이 제게 되게 특이한 경험을 안겨주신것만은 분명합니다.
동성애 관련한 것은 저도 잘 모르니까 넘어갈게요.
다만 저는 <패왕별희>란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장국영이 연기했던 그 슬픔이 제가 가지고 있는 동성애자 관련된 이미지로 꽉 박혀 있습니다. 소설에서만이라도 그들이 행복하다니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요.
정말 제가 느낀대로 솔직하게 썼어요.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두려워하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