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짤방을 봤다.
첫 번째 장면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 마트 가서 우유 사고 만약에 아보카드 있으면 6개 사 와.”
두 번째 장면에서 남편은 우유 6개를 들고 이렇게 말한다.
“아보카도 있었어.”
혹시 분위기가 썰렁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지만, 이 유머에 대해서 감히 해설을 해 보겠다. 이 유머는 아내의 말을 두고 남편이 발화 의도와 다르게 해석한 데서 기인한다.
1. 우유 사고 만약에 아보카도 있으면 (아보카도를) 6개 사 와.(아내의 의도)
2. 우유 사고 만약에 아보카도 있으면 (우유를) 6새 사 와.(남편의 해석)
문맥상으로 아내의 말이 1의 의미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남편이 2의 의미로 해석하고 아보카도는 안 사고 우유를 6개 사 갔다는 사실이 웃음 포인트인 것이다.
이상이 썰렁 유머 해설이었다. 그런데 이 짤방의 제목은 “코딩”이다. 이 유머가 유머일 수 있는 것은 어지간히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아니면 해석하지 않을 방식으로 남편이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을 비롯한 컴퓨터 프로그램은 인간의 발화 의도를 파악할 수 없기에 입력된 코드에 따라서만 출력한다. 그렇기에 발화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와서 당황하는 일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골렘으로 이어진다. 골렘은 판타지 세계의 로봇으로 치환되기 마련이다. <드래곤라자> <퓨처 워커> 시리즈의 전설적 마법사 핸드레이크와 솔로처 사제가 골렘으로 인해 벌이는 한바탕 소동이다.
사건의 발단은 스승인 핸드레이크가 자신이 만든 골렘에게 다음과 같이 명령한 데서 시작된다.
“저 문을 막고 아무도 드나들지 못하게 해.”
골렘은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러나 핸드레이크의 명령에서 “아무도(우리는 빼고)”라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말 그대로 “아무도(어떤 예외도 없이)” 통과시키지 않는다. 결과 핸드레이크와 솔로처는 골렘에 의해 실험실 안에 갇히게 되고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이 우스꽝스러운 난관을 마법이 아닌 논리로 해결하는 내용의 단편이다.
솔로처는 “당신들을 감금하고 있는 것은 당신들 자신”이라는 헐스루인 공주의 힌트를 듣고 문의 안과 밖의 경계가 자신들이 만들어낸 자의적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골렘에게 안과 밖의 구분 개념이 존재하지 않음을 이용해, 문을 드나드는 것이 아닌, 그저 이동함으로써 문을 통과하게 된다.(여담이지만, 인공지능의 사고범위 문제를 연상시킨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을 유머러스하게 만든 것 같은 이야기다. 안과 밖이라는 이분법이 자의적으로 만들어진 구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골렘>은 <키메라>, <행복의 근원>과 함께 핸드레이크, 솔로처, 헐스루인 공주가 등장하는 <어느 실험실의 풍경> 시리즈 중 하나다. <키메라>와 <행복의 근원> 역시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 <키메라>에서는 남성과 여성, <행복의 근원>에서는 행복과 불행의 이분법을 해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한다.
이 단편이 원래 <오버 더 호라이즌>(경계선을 넘어서)이라는 제목의 단편집에 수록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물론 <골렘>이 포함된 <어느 실험실의 풍경>은 <오버 더~> 시리즈와는 다른 내용이다. 그러나 경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에서는 <골렘>이야말로 가장 부함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오버 더~> 시리즈의 두번째인 <오버 더 레인보우>에 나오는 무지개. 무지개는 빨주노초파남보 7색이 아니라 가시광선의 연속적 스펙트럼이다. 그러한 무지개를 보고 7색으로 인식하는 것은 인간의 인식체계가 그렇기 때문이다. 인식체계가 다르면 같은 무지개를 보고 6색이나 5색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
핸드레이크와 솔로처는 “우리가 국경선을 긋든 벽을 세우든 그것은 우리 자신을 구속하는 것이지 세상을 구속하는 거시 아니”라는 사실을 되새기게 된다. 스스로가 만든 벽에 갇히기 위해서 경계선의 자의적 성격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