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의 존재를 알고 있는가? 범죄 다큐멘터리나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다면 당연히 들어보았을 것이고,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한번씩은 다들 들어보았을 것이다. 프로파일러는 Profile이라는 영어단어에서 나온 것으로, 범행 현장에 남아 있는 범죄자의 흔적과 범죄수법을 ‘심리학’ 및 ‘행동과학’을 근거로 분석하는 일을 담당한다. 예전에야 이런 프로파일러들을 보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냐고들 했지만,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적으로 바뀌어가는 현대 범죄에서 프로파일러들은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캐서린 뉴웰도 바로 그런 프로파일러 중의 하나다. 갓 학교를 졸업하고 발령받은 새내기 프로파일러로, 뉴욕 FBI지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캐시는 부임하자마자 바로 연쇄살인마 히더(heeder)를 프로파일해야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소설은 캐시가 히더를 프로파일하며 수사하는 것과 동시에 캐시의 룸메이트 에이든과의 삶을 교차해서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극적 긴장감이 살며시 고조된다. 프롤로그에서 히더로 추측되는 화자가 등장하는데, 이 화자의 성격이 작중에서 보여주는 에이든의 성격과 비슷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가끔 에이든이 보여주는 수상한 행보를 생각하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상당히 쏠쏠하다. 게다가 주인공인 캐시가 가끔 보여주는 회상에 따르면, 그녀도 마냥 무탈하게 자라 프로파일러가 된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작중에서는 화창한 날씨가 자주 묘사되기보다는 비 내리는 날씨, 어둑어둑한 저녁, 희부옇게 밝아오기 직전의 어둔 새벽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런 날씨는 무미건조한 묘사와 더불어 작품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데 일조한다. 가끔은 눅눅한 곰팡내나는 오래되고 낡은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각자가 밝힐 수 없는 비밀을 품은 채 뉴욕의 연쇄살인마인 히더를 쫓는 재미는 상당하지만, 작품 전개 속도 자체는 느린 편이어서 빠른 진행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줄 수 있겠다. 느리고 탄탄한 구성의 전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캐시가 어떻게 히더를 프로파일링할지, 에이든은 무슨 속셈인지 잘 지켜봐야겠다.